▲방송장면 갈무리
JTBC
이번엔 남편 측의 영상이 공개됐다. 의외로 남편은 음주 문제를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직장인이었다. 학생회장 출신에 직장에서도 31년째 근무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상을 받은 경력까지 있었다. 아내도 "남편은 성실하고 순수하다. 술만 안 마시면 따뜻한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남편은 술을 마시는 이유가 직장인으로서의 '사회생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래 술을 못하던 남편은 1998년 사회 초년생 시절에 힘든 시기를 겪으며 잠시라도 고단한 현실을 술에 의존해 푸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한다. 남편은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판정까지 받았던 사실도 털어놓았다.
또한 남편은 가장임에도 가족 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는 '외톨이'가 됐다고 호소했다. 남편은 아내와 두 딸은 소통이 잘되는데, 자신과는 대화가 전혀 안 된다며 소외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의 지나친 잔소리가 더 문제라며 집착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말다툼이라도 벌어지면 딸들도 무조건 엄마 편을 들어서 아빠를 질타하며 3대 1 구도가 된다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다.
패널들은 남편 측 영상을 보고도 아내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서장훈은 아내가 남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휴대폰 위치추적까지 하는 모습에 대해 "남편에게 아직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서장훈은 "부부가 이 정도 상황이면 잔소리가 아니라 완전 무시하거나 아예 대화도 안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둔감한 남편이 놓치고 있던 아내의 속마음을 포착했다.
한편으로 남편이 술만큼이나 집착하는 또 다른 것은 '체면'이었다. 남편은 촬영 내내 자신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나 가족들의 반응보다는,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이 방송에 나가서 자신의 체면이 깎이는 것을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혹시라도 자신이 무시를 당하는 것 같은 상황에 대한 강박 관념이 심했다. 비싼 술값을 굳이 자신이 계산하려는 것도 그러한 인정욕구의 일환이었다.
아내 측의 재반박 영상이 공개됐다. 문제의 가족여행 사건이 다시 등장했다. 아내가 제공한 영상에서 남편의 모습은 아까보다 더욱 심각했다. 남편은 온 가족의 필사적인 만류와 절규에도 제어가 전혀 되지 않았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언하며 위협했다. 그날 가족여행의 상처는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딸들은 그날 이후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작은 딸은 엄마와의 통화에서 "개선의 노력이 없다면 평생 아빠와 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내가 엄마였으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갈라섰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아빠가 약속을 어길 때마다 강경하게 나가지 못하는 엄마의 잘못도 있다. 너무 강박적으로 가족 평화주의 프레임에 빠져있다"고 아내에게도 쓴소리했다.
실제로 아내는 행복한 가정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유년 시절에 일찍 부친을 떠나보낸 아내는 모친과 함께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고생해야 했기에,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가 무엇보다 소중했다. 반면 남편은 그간의 삶에서 가정보다 일이 90% 이상 중요했다고 털어놓으며 아내와 극명한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냈다.
부부의 건강검진
부부는 제작진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함께 받았다. 예상대로 남편은 심각한 수준의 알코올 의존증과 중증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남편은 검사 결과조차 신뢰하지 않았고, 당장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을 마음도 없다고 이야기하며 개선 의지가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운 사실은 아내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심지어 남편보다도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를 위로해 주기는 커녕 우울증 진단조차도 불신하는 반응을 보였다. 내심 남편의 공감과 위로를 원했던 아내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아내에게 퉁명스러운 말을 연거푸 쏟아내던 남편은, 정작 아내의 질타에는 정색하며 "여기(방송)에 나가는 목적이 뭐냐, 나를 까발리려고 그러는 거냐"라며 여전히 아내의 마음보다 자신이 방송에 비칠 이미지만 더 신경 쓰는 듯한 모습으로 답답함을 자아냈다. 남편은 현재 이혼 이사가 50% 정도라고 답했지만, 아내는 95% 이상이라고 밝히며 극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영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정말로 일이 중요한가, 아내가 더 중요한가'라는 패널들의 추궁에는 "아내가 중요하다"고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남편의 진심을 반신반의하는 패널들의 반응에, 남편은 재차 "이 자리에 용기 내서 나온 게 솔직히 바뀌고 싶어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방법을 배워서 문제를 고쳐보려고 한다"고 고백하며 울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음날 외박 부부는 상담전문가와 심리상담에 돌입했다. 전문가는 여전히 자신의 음주문제와 이혼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을 향하여 연거푸 독설을 날렸다.
전문가는 "매번 술을 마실 때마다 큰돈을 쓴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비싼 술을 마시거나, 이 사람이 호구거나"라고 일침을 놓으며 "이렇게 가다가는 8년 후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완벽하게 혼자 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돈을 써가며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은 외로운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중요한 건 때로는 술을 통해서 가족들에게 그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었다.
그림을 통한 심리검사 결과, 남편은 예상대로 체면을 중시하고 인정욕구가 대단히 높은 성향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아내와 이혼 생각이 없다는 남편에게 "내가 이혼하기 싫다고 해서 이혼이 안 되는 게 아니다. 남편은 지금 너무 편안해 보인다. 아내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은 그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남편의 눈빛을 보면 왜 이렇게 안일한지 화가 날 정도다. 아내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아내와 남편이 생각하는 이혼의 심각성이 전혀 다르다. 방송이니까 좋은 이미지 꾀하려다가 인생이 파탄 난다. 남 좋은 일 하기 위해 체면 차리다가 내 인생이 끝장나는 것"이라고 어느 때보다 강하게 쓴소리를 날렸다.
부부의 심리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