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새> 스틸
㈜영화사그램
앞서 영화의 기본 줄거리 전반부를 요약해서 소개했지만, <공작새>는 감독이 텍스트 서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영화의 본질, '활동사진'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기에 시각적 체험이 없이 소화하기란 불가능한 작업에 속한다. 감독의 작품세계에 국내 왁킹&보깅 댄스계 상징적 존재인 해준 배우가 결속되면서 비약적인 비주얼 황홀경으로 확장되는 도상인 셈이다.
영화는 도입부의 왁킹 댄스 대회 경연과 이를 기다리는 대기실의 주인공이 직면하는 심리 묘사를 감각적인 판타지로 구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빨려들 듯 몰입감을 선사하는 영화 속 몇 차례의 댄스 장면이 대개 극영화 서사에서 사건의 진행과 해설로 풀리는 과정을 대체한다. 주인공에게 닥칠 위기는 춤과 음악의 향연 속에서 예견되고, 그 카타르시스의 과정 역시 해준이 펼치는 춤의 성격과 형질이 변화하는 찰나와 함께 연결된다. 그 무빙 이미지에 올라타 어깨춤을 추거나 슬픔에 공명하지 못하면 <공작새>가 풀어내는 격동에 도달할 수 없을 테다.
해준이 구사하는 춤은 'Bowl'이라는 실내 클럽에 특화된 왁킹과 보깅 장르다. 실제 국내에서 권위 있는 해당 분야 댄서이기에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인 셈이다. 이 댄스 장르들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에서 각각 발전된 장르인 동시에, LGBTQ 커뮤니티의 역사 및 문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전통을 지닌다. 즉 영화 속에서 마치 인도의 마살라 장르처럼 툭 하면 튀어나오는 주인공의 춤사위는 그저 현란한 안무가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그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는 결정적 순간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검색 품 좀 들여 해당 춤의 기원과 스타일을 이해하고 본다면 새로운 차원의 감상에 도달할 수 있다.
감독은 <신의 딸은 춤을 춘다>에서 도전한 이런 유형의 영상 문법에다 장편 데뷔작을 통해 대립하는 두 집단과 장르의 파열을 통한 새로운 경지로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해준 vs. 덕길, 가족의 극한 대립은 자유로운 소수자의 춤 vs. 전통문화 농악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문화인의 대결로 초반에 표현되지만, 농악이 원래 갖는 대동과 해방, 어우러짐의 속성을 적극적으로 해준이 이해하고 도입하게 되는 후반부를 통해 합일의 가능성으로 이끈다.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던 마이너리티 댄스와 박제화된 전통 농악의 정체성이 실은 닮아있다는 깨달음과 이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려는 주인공의 변화는 곧 감독이 영화를 통해 구현하려는 소통과 이해라는 주제와 직결된다. 여기에 후반부 갈등의 주요 축으로 들어서는 주인공의 가까운 지인이 가진 사연은, 대개 LGBTQ(여성 동성애자(Lesbian), 남성 동성애자(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성정체성이 불명확한 사람(Queer)의 약자로 성소수자를 통칭한다 - 기자 말) 소재를 다루는 작업이 성소수자 내에서도 동일 정체성을 지닌 이들 중 택일해 다루는 것과는 달리, 이질적인 주체들을 병치하는 도전을 감행한다. 그만큼 감독이 해당 소재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는 증명이다.
영화의 도전과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