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동’ 준비운동 얼음땡> 포스터
극단 춤추는허리
서두가 길었는데 22일 모두예술극장에서 관람한 장애여성들의 연극 공연 <'몸 이동' 준비운동 얼음 땡>을 보며 떠올린 단상이다. 이 작품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15~23일 개최한 '모두스테이지 2024'의 일부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는 정상, 주류, 질서로 대변되는 기존 예술 문법에서 벗어난 장애예술의 다양한 창작과 표현방식을 탐구하는 퍼포먼스(5건), 워크숍(3건), 강연(1건)이 펼쳐쳤는데, '춤추는 허리'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앞서 장애여성 단체 '장애여성공감'은 지난해부터 장애여성 극단 '춤추는 허리'를 진행해 왔다. '장애여성공감'이 분기마다 보내주는 활동상에 이들의 '몸 이동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껏 전원이 장애인인 연극단도 없었는데, 그것도 장애여성 연극단이라니 놀라웠다.
하지만 모든 단체의 속성이 그렇듯이 서로 다른 여러 사람들이 다양하게 모였는데 원팀이 되는 일이 결코 쉬울 리가 없다. 장애하면 대부분 지체장애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춤추는 허리'의 구성원만 보더라도 장애의 형태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골형성부전증, 뇌성마비, CMT(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점진적인 손상에 의해 팔과 다리 근육이 위축되고 보행 장애가 발생하는 유전질환), 프리더윌리 증후군(15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지능 장애, 작은 키, 과도한 식욕, 비만, 성 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는 유전 질환 - 기자 말), 지적 장애 등 각각의 장애를 안고서 극단을 꾸린다. 장애인이라고 모든 장애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몸을 알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춤추는 허리'의 무대는 배우들이 여러 파트로 나뉘어 연기했다. 첫 무대는 휠체어를 타는 쌍둥이 자매 진성선·진은선 배우가 등장해 자신들의 연기가 애매하다는 평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한다. '니들이 장애 연기를 알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모든 연극이 비장애인에 의해 재현되고 장애인 연기도 비장애인이 수행하는 이 지형의 기준으로 장애인의 연기력을 재단하는 관객의 판단은 사실 매우 편파적이지 않은가. 뜨끔했다.
휠체어를 매우 잘 타는 두 배우가 휠체어로 무대를 활보하거나 질주하자 무대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이어 자신들의 근육 장애로 손목 부분이 마치 뼈가 없는 듯 흐물흐물 움직이는 것을 보이며 웃음을 유도하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장애 엄숙주의에 입각하면 이런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면 몰지각한 비장애인의 행동이 되지 않는가. 그런데 비장애인도 몸으로 별짓을 다하며 웃기는데 장애인이라고 금지해야 하는 것도 이상하다. 결국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신나게 웃었다. 경멸과 조롱이 담긴 비웃음이 아니라면 웃기는 몸을 보고 웃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