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프로농구의 '양강'이다. 프로 출범 후 28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KB는 최근 6번의 시즌 동안 2번의 통합 우승과 3번의 챔프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최근 7시즌 동안 KB의 전적은 158승60패로 승률이 .무려 .725에 달한다. KB는 우리은행 우리WON과 함께 같은 기간 7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두 팀 중 한 팀이다.

이처럼 KB가 WKBL의 '양강'으로 불리면서 오랜 기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박지수(갈라타사라이SK)라는 WKBL 최고 선수의 존재였다. 196cm의 압도적인 높이를 바탕으로 골밑을 완벽하게 지배한 박지수는 2016년 KB에 입단해 지난 시즌까지 8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정규리그 MVP 4회와 챔프전 MVP 2회 수상 등 적수를 찾기 힘든 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지난 5월 유럽 진출로 인해 KB에서 임의 해지됐고 이에 따라 2024-2025 시즌 KB 유니폼을 입고 WKBL에서 활약할 수 없다. 여자농구 팬들은 '전력 평준화로 WKBL이 더 흥미로워 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당사자인 KB는 박지수의 부재로 인해 엄청난 전력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과연 김완수 감독은 박지수가 없는 팀을 잘 이끌어 '양강'으로 군림하던 KB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박지수 8관왕 오른 시즌에도 준우승

 KB는 지난 시즌 8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던 박지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KB는 지난 시즌 8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던 박지수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한국여자농구연맹

사실 KB는 박지수의 튀르키예 리그 진출 전에도 이미 한 차례 박지수 부재의 '체험판'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 2021-2022 시즌 KB의 두 번째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박지수가 2022년 7월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공황장애 증상으로 갑작스럽게 대표팀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박지수는 2022-2023 시즌 개막 직전 팀에 합류했지만 경기에 나설 만큼 몸 상태를 만들지 못했다.

박지수가 없는 KB의 현실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허덕이던 KB는 박지수 복귀 후 4연승을 달리며 반격을 시작하는 듯 했지만 박지수는 9경기 만에 다시 손가락이 탈골 되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결국 KB는 2022-2023 시즌을 10승20패(승률 .333) 정규리그 5위로 마감하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지 못했다. KB가 봄 농구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10-2011 시즌 이후 무려 12년 만이었다.

KB는 시즌이 끝나고 강이슬과 심성영, 김소담 등 5명이 FA자격을 얻었고 강이슬, 김소담, 심성영과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FA시장에서 2022-2023 시즌 스틸 1위(1.9개)를 기록한 김예진(우리은행)을 영입하면서 수비를 강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완수 감독과 KB구단, 팬들을 설레게 만든 소식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박지수가 국가대표 경기와 박신자컵을 통해 건강하게 코트에 복귀한 것이었다.

박지수의 건강한 복귀는 그 어떤 대형 FA를 영입한 것보다 ZMS 전력상승 효과가 있었다. 박지수가 복귀하면서 박지수와 강이슬, 허예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트로이카를 구축한 KB는 정규리그에서 27승3패을 기록하며 단일리그 전환 후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900의 승률은 첫 번째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8-2019 시즌(.800)을 뛰어넘는 프로 출범 후 구단 최고승률 기록이었다.

하지만 KB는 구단 역사상 최고승률 기록을 세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3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다. 챔프전에서 '숙적' 우리은행을 만나 1승3패로 패하면서 준우승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시즌이 끝난 후 시상식에서 박지수가 무려 8개의 개인상을 휩쓰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KB로서는 홈 이점을 안고도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높이 낮아진 KB의 새 시즌 해법은?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은 이번 시즌 박지수가 없는 KB를 이끌어 가야 한다.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은 이번 시즌 박지수가 없는 KB를 이끌어 가야 한다.한국여자농구연맹

KB 전력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박지수는 8관왕의 주인공이 되던 날, 해외 진출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했고 약 한 달 후 갈라타사라이와 계약하며 유럽리그로 진출했다. KB는 박지수가 해외 진출을 선언한 가운데 FA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우승 멤버 나윤정을 영입했고 2010년부터 KB에서만 활약했던 가드 심성영이 보상 선수로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으면서 비교적 조용히 이적 시장을 마무리했다.

박지수가 유럽에 진출하면서 KB는 '강이슬의 팀'이 됐다. 지난 시즌 3점슛 여왕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이기도 한 강이슬은 '스테판 이슬'이라는 별명 답게 한 번 터지면 멈추지 않는 폭발적인 외곽슛 능력을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슈터다. 강이슬은 지난 박신자컵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와의 경기에서 3점슛 8개를 포함해 33득점을 폭발한 바 있는데 시즌 개막 후에도 이런 경기를 자주 만들 필요가 있다.

KB는 지난 6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174cm의 포워드 나카타 모에를 지명했다. 기본기가 좋고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박신자컵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나가타는 포워드로 등록돼 있지만 슈팅 가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FA로 입단한 나윤정이 나가타에게 출전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리은행 시절처럼 부지런히 코트를 누벼야 한다는 뜻이다.

박지수가 이탈하면서 KB는 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지난 시즌까지 박지수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김소담이 있지만 김소담은 최근 6시즌 동안 평균 25분 이상 소화해 본 적이 없다. 만약 김소담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해주지 못하면 KB는 김민정을 골밑에 투입하는 '스몰 라인업'을 활용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김민정은 지난 시즌 평균 리바운드2.8개로 골밑 플레이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다).

KB가 박지수 없이 지난 시즌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박지수가 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22-2023 시즌처럼 허무하게 하위권으로 추락한다면 KB는 팬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박지수가 없어도 '양강'의 자존심을 지키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 '여자농구 대표도시'를 자처하는 청주를 홈으로 사용하는 KB가 이번 시즌 가져야 할 최소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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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미리보기 KB스타즈 강이슬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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