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김종수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팀 LA 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팀 뉴욕 양키스가 최종 패권을 놓고 맞붙는다. 다저스와 양키스는 오는 26일(한국시간)부터 7전 4승제로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두 팀의 격돌은 1981년 이후 43년 만이다.

다저스와 양키스는 대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팀들답게 두텁고 오래된 팬층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올 시즌 최고의 슈퍼스타 투톱으로 꼽히는 오타니 쇼헤이(30·193cm)와 애런 저지(32·201cm)가 양 팀에 속해있어 더욱 높은 관심이 몰린다.

MLB 사무국 역시 기대가 크다. 22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지와 오타니가 마주 보는 듯한 사진과 함께 '두 명의 최고 스타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다. 승자는 누구일까"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올 시즌 오타니는 타율 0.310, 54홈런, 59도루, 1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6을, 저지는 타율 0.322, 58홈런, 144타점, OPS 1.159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각각의 리그에서 MVP를 예약한 상태다. 그런 둘이 월드시리즈에서 올 시즌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다.

어디로 봐도 흥행카드

AP통신은 "오타니와 저지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MVP 수상이 유력하다. 1980년 이후 양대 리그 MVP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것은 1988년 커크 깁슨(다저스)과 호세 칸세코(오클랜드 애슬레틱스), 2012년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이어 세 번째"라고 전했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2년 당시 포지를 앞세운 샌프란시스코는 카브레라의 디트로이트를 싹쓸이 4연승으로 제압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에서 MVP가 나온 마지막 사례는 보스턴이 아메리칸리그 MVP 무키 베츠를 배출한 2018년이었다. MVP와 우승을 동시에 가져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타니와 저지 이전에 양대 리그 홈런왕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 사례는 5번뿐이다. 1921년 베이브 루스와 조지 켈리, 1928년 루스와 짐 보텀리, 1936년 루 게릭과 멜 오트, 1937년 조 디마지오와 오트, 1956년 미키 맨틀과 듀크 스나이더가 그랬다. 이후 무려 7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다시 한번 빅매치가 성사됐다.

오타니와 저지는 조금 더 특별하다. 정규시즌에서 50홈런 이상친 타자 2명이 월드시리즈에서 대전하는 것은 사상 최초다.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는 '오타니와 저지가 같은 리그였다면 누가 MVP를 받을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별개라고는 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선수가 좀 더 많은 팬의 지지를 얻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격돌은 사무국이 가장 바라던 흥행 시나리오다.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격돌은 사무국이 가장 바라던 흥행 시나리오다.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다저스와 양키스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다는 뜻인데 의외로 양대 리그 최고승률팀 간 월드시리즈는 그동안 흔치 않았다. 양대 리그 4개 지구로 개편된 1969년 이후 리그 최고 승률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것은 13번뿐이고 2020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162경기 기준으로 봤을 때는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승 2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양키스는 2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연장 10회 터진 후안 소토의 3점 홈런을 앞세워, 다저스는 21일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강력한 불펜과 시리즈 MVP를 차지한 토미 에드먼의 두 차례 장타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렇게 포스트시즌 전부터 사무국이 가장 원하던 양 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43년 만의 월드시리즈 충돌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서 그렇지 양 팀은 역사적으로 꽤 많은 우승 맞대결을 펼쳤다. 그동안 11차례 진검승부를 벌여 양키스가 8번 이겼다. 하지만 가장 최근이었던 1981년에는 다저스가 6차전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1941년부터 1953년까지 첫 5차례 시리즈는 일방적이었다. 양키스가 전부 우승을 가져갔다.

다저스는 1955년 6번째 맞대결을 치르고 나서야 처음으로 양키스를 넘어 우승할 수 있었다. 이후 5번의 맞대결에서는 양키스가 3번, 다저스가 2번의 우승을 더 했다. 전통의 명가들답게 양 팀은 늘 월드시리즈를 목표로 시즌을 시작한다. 팀은 물론 팬, 지역 언론 할 것 없이 눈높이가 높다. 양키스는 2009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이후 우승을 맛본 지가 꽤 흘렀다.

다저스는 비교적 최근인 2020년 우승을 차지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양키스는 15년이 넘어가기 전에, 다저스는 단축 시즌으로 인한 행운의 우승이라는 저평가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맞대결에서 승리가 절실하다. 양 팀의 월드시리즈는 오는 25일부터 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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