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4차전 0-1패배 이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LG 선수단
LG 구단 인스타그램
LG 트윈스가 19일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0-1로 패배했고, 1-3의 시리즈 스코어로 PO에서 탈락하며 2024시즌 마침표를 찍었다.
18일 3차전에서 LG는 1-0 신승을 가져오며 PO 승부를 하루 더 끌고 갔지만, 한 경기로 그쳤다. 4차전 LG의 선발투수로 나온 디트릭 엔스가 6이닝 무실점 투구로 호투했으나, 그를 이어 등판한 손주영이 던진 146km/h의 패스트볼이 강민호에게 제대로 걸려 솔로 홈런을 내줬다. 그 1점은 양 팀 합쳐 4차전의 유일한 득점이었고,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PO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LG의 타자들은 삼성의 투수진에 꽁꽁 묶여 1점도 내지 못하고 0-1로 패배했다. 강민호는 데뷔 21년 만에 본인의 힘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LG는 PO에서 탈락하며 그대로 시즌이 끝나게 됐다.
LG는 직전 2023시즌 통합 우승을 가져오는 쾌거를 이뤄냈으나, 올 시즌 정규시즌 3위, 최종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3위는 가을을 치르기 전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좋은 순위지만, 선수가 시즌 개막 전 직접 왕조 개시를 선언한 만큼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번 2024시즌은 분명 LG에게 큰 의의가 있다. 올 시즌 동안 LG 야구의 명과 암이 여실히 드러났고, 그를 통해 배운 것도 많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시즌이 그 명과 암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즌의 축소판 그 자체이니 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밝았고 무엇이 어두웠을까. 내년을 기약하게 된 LG에게 주어진 선물과 과제는 무엇일까.
'신바람'은 2024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kt wiz를 상대로 한 준플레이오프에서 LG의 뛰는 야구는 빛을 발했다. 준PO 동안 LG는 총 1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시리즈 신기록을 세웠고, 내야수 신민재는 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준PO 개인 최다 도루 기록을 썼다. "누상에 나간 주자가 투수를 흔들어 패스트볼을 던지게 유도한다"가 LG의 작전 야구의 모토인데, kt의 마운드를 무너뜨리고 실책을 유발하는 장면에서 그 효과가 입증됐다.
줄곧 약점으로 꼽히던 선발진도 이제는 문제없다. '아픈 손가락' 임찬규가 드디어 지금껏 기대받던 역할인 국내 선발 에이스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고, 구단이 공을 들여 육성하던 손주영의 기량이 만개했다. 두 투수는 포스트시즌 기간 무려 5개의 MVP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고, 이들의 활약은 2024시즌 LG 야구의 탄탄한 선발진을 그대로 보여줬다.
강력한 상위 타선은 2024년에도 여전했다. 홍창기-신민재-오스틴으로 이어지는 LG의 상위타선은 정규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그것이 드러났다. 특히 작년부터 신바람 야구의 선봉장인 신민재는 이번 포스트시즌 0.314의 고타율로 상대 팀의 마운드를 흔들었다.
그러나 준PO에서도 LG 야구의 '어두운 면'은 점점 드러나고 있었고, PO에서 그것이 터지고 말았다.
뎁스로 흥한 LG, 뎁스로 휘청이다
LG가 2023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탄탄한 뎁스(주전 선수층과 백업 선수층을 모두 아우르는 말)와 강력한 불펜진이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현재 롯데로 이적한 김민성이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며 쏠쏠하게 활약했고, 2루수 자리가 무주공산으로 비자 대주자 카드로만 활용되던 신민재가 그 자리를 메꿨다. 또한 선발투수 로테이션이 위태로워지자 구원 투수로 활약하던 이정용이 투입되어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유영찬-함덕주-고우석으로 대표되던 LG의 투수진은 리그 최고의 불펜진이었다.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함덕주는 2023시즌 55.2 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두 강점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정용, 고우석이 각각 입대와 미국행으로 이탈했고, 김윤식, 함덕주는 부상으로 시즌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고 정우영과 백승현은 부진으로 오랜 기간 헤맸다. 결과적으로 가을에 정규시즌 활약한 선발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투수진 과부하로 이어졌다. PO 2차전과 4차전에 손주영이 부진한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닐 것이다.
신예를 발굴하기보다 주전 베테랑에 의존하던 기용 방식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뎁스의 약화로 이어졌고, 체력 소모가 큰 단기전에서 타자들이 빠르게 지치게 됐다. 대타 자원 역시 부족해 신인급 타자인 이영빈과 김범석이 그 자리를 어쩔 수 없이 채워야만 했다.
도루 중심의 신바람 야구도 밑천이 드러났다. 특히 그것은 이번 삼성을 상대로 펼친 플레이오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30.6%의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한 강민호에게 주자가 묶이니 LG의 전투력은 급감하며 4차전 동안 평균 득점은 겨우 2.5점으로 그쳤다.
기동성에 의존한 결과 자연스레 팀 홈런이 줄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야구장인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작년 6위던 팀 홈런이 올해 9위로 크게 가라앉은 것은 뼈아팠다. 1, 2차전 삼성이 8홈런을 때려내며 LG의 마운드를 두들기는 동안 LG의 타자들은 유효한 반격을 가하지 못했고, 그것이 시리즈의 승패를 갈랐다.
이천(LG 2군)이 LG에게 주는 선물
그러나 그것이 LG가 외부 영입에 힘을 써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 없이, 현재 LG 2군에 좋은 자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