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스틸영화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
패잔병의 시선으로 본 '하얀 악마' 건담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은 수많은 건담 시리즈 중 기원에 해당하는 '퍼스트 건담'이 활약하던 1년 전쟁 후반부를 배경으로 삼았다. 때는 인류가 우주 개척에 나서 우주 식민지 스페이스 콜로니를 건설한 지 1세기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우주 진출을 기념해 서력을 우주세기(U.C)로 개정해 0079년이 되던 때다.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건설해 지구 인구 과반수가 우주로 이민한 상태다. 하지만 소수 지구 잔존 기득권, '어스노이드'가 강제로 이주시킨 '스페이스노이드'를 수탈하고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식민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사이드 1-7으로 명명된 스페이스 콜로니 그룹은 형식적 자치권을 부여받지만, 지구연방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가장 멀리 떨어진 사이드3이 지온공국으로 개칭하고 독립전쟁에 나선다. 국력이 압도적으로 열세한 지온은 전쟁 초반에 자신들에 동조하지 않는 스페이스노이드도 학살하고 지구로 콜로니를 질량 병기 삼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하지만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지고 국력이 한계에 달한 지온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나마 지온이 선전한 건 고도로 발달한 레이다 등 장거리 감시수단을 무력화하는 신기술 채용과 함께, 사실상 2차 대전 시절로 회귀한 근접전투 양상에 적합한 인간형 기동 병기, 모빌슈트(MS)의 활약 덕분이다. 하지만 지구전으로 시간을 번 연방군은 자체 모빌슈트 개발에 나선다. 그 결과물이 건담 프로젝트다. 지온의 질적 우위가 사라지고 연방군 모빌슈트가 더 성능이 뛰어난 게 확인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대역전 발판을 마련한 지구연방군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일대를 석권한 지온을 지구에서 몰아내기 위한 '오뎃사 작전'을 개시한다. 선봉에는 공장에서 쏟아져나오는 양산형 모빌슈트 GM, 그리고 지온 군에게 '하얀 악마'라 불리던 건담이 있다.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은 지금껏 이야기의 주역으로 등장하던 건담을 마치 악역처럼, 그리고 압도적 위력의 건담에게 패퇴하는 지온 모빌슈트 파일럿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반전의 작품이다.
아들 곁으로 돌아가고픈 엄마 Vs. 전쟁으로 모든 걸 잃은 소년병
1년 전쟁 11개월이 지나 지온 군은 공세종말점에 처한 뒤, 연방의 대반격으로 곳곳에서 패주하는 중이다. 남은 전력을 모아 지구의 본거지 오데사에서 우주로 탈출 작전이 진행되던 중, 동유럽 루마니아의 전초기지가 연방군의 기습을 받는다. 지원에 나선 솔라리 대위의 '레드 울프' 부대는 공격을 물리치지만, 그날 밤 건담의 습격으로 부대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겪는다. 마치 죽음의 사신처럼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건담은 '하얀 악마'란 별명에 걸맞은 압도적인 위력을 선보인다.
솔라리 대위는 많은 부대원을 잃고 생존자를 규합해 후방으로 탈출하지만, 건담은 사냥개처럼 일행을 끈질기게 추격하며 가는 곳마다 쑥대밭으로 만든다. 간신히 재활용 기지에 도착하지만, 이곳이라고 안전할 리 없다. 솔라리 일행은 도주를 포기하고, 재활용 자재로 지온 주력 모빌슈트 '자쿠' 2대를 재생한다. 다시 쳐들어온 건담과 GM을 간신히 물리치지만, 피해는 너무 컸다.
겨우 살아남은 후 유리 켈라네 장군에게 특명을 받은 솔라리 일행은 연방군의 양산형 병기 GM 탈취 작전에 나서지만, 추격해온 건담에게 실패로 끝나고 남은 대원도 잃고 만다. 하지만 솔라리는 건담 조종사가 소년병이란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전쟁 전 촉망받는 음악가였던 그녀로선 자기 아들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은 건담 조종사가 아군을 몰살시킨 적군이라는 사실을 수용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건담의 공격을 막아야만 한 명이라도 더 아군을 우주로 귀환시킬 수 있다. 솔라리는 자신의 자쿠로 후위를 자처해 건담과 마지막 대결을 치를 결심을 다진다. 전황은 갈수록 악화일로고, 우주로의 퇴로도 봉쇄되기 직전이다. 솔라리는 필사의 항전을 치르면서도 건담 조종사와 어쩌면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꿈꾼다. 하지만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