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가 작가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영화 <발효>(Fermented)의 관련 이미지.
SIFF
방송에선 분량상 편집돼야 했겠지만 에드워드 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시청자 일부는 이미 전 세계 셰프를 대상으로 한 경연 대회 예능인 <아이언 셰프> 우승자 에드워드 리가 왜 필살기 메뉴를 선보이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흑백요리사> 마지막회 공개 이후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름 아닌, 지금까지 경연대회에 내왔던 자신의 요리와 같은 메뉴를 절대 내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원칙 때문이다.
1972년, 한국나이로 52세인 그는 서울에서 태어난 뒤 바로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서 유년 및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할머니와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그는 9세 때 자기도 이유를 몰랐지만, 커서 요리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어머니도 전업주부로 주방을 지켰고, 16세 때 식당에 취직했다가 한 프랑스 식당에서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Chez Es Saada'라고 알려진 이 프렌치 식당에서 그는 본 요리보단 직원들 식사를 만들 때 더 기뻤다고 한다(현지 해당 식당은 영업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기자주).
당시 기억에 대해 그는 다큐멘터리 <예스 셰프 – 에드워드 리의 이야기> 편에서 "<뉴욕타임즈>나 프랑스 <보그> 잡지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내 요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설상가상 9.11 테러로 단골손님 중 일부를 잃게 되자 충격에 빠진 그는 미국 전역을 방랑하기 시작했고, 평판도 전혀 없는 루이빌의 '610 매그놀리아' 식당에서 아주 잠깐 일을 돕기도 했다.
이때 인연으로 그는 '610 매그놀리아'의 다음 오너 셰프 제안을 받는다. 처음엔 고사했으나 이미 은퇴 시점을 지난 당시 오너가 끈질기게 설득해 가족을 이끌고 미국 남부 텍사스 루이빌로 이사하게 된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음을 그가 고백한다. 가게를 물려받은 지 처음 6개월 간엔 55석 규모 식당에 하루 평균 5, 6명이 채울 뿐이었다. 끊임없이 미국 남부 요리를 공부했고, 지역 식당을 찾아다니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고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한다. <예스 셰프 – 에드워드 리의 이야기>에 자세한 과정이 담겨 있다. 콘브레드 치킨, 켄터키식 프라이드 치킨 등 전통 남부 요리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그는 소박한 재료들의 힘과 맛의 기원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제겐 삶의 보물과도 같은 식당들이 여럿 있었다. 잊고 있던 맛들을 재현하는 곳"이라고 그는 다큐에서 회상한다. 루이빌 인근 농장, 목장을 직접 다니면서 소유주들과 신뢰를 쌓았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농장주에게 작물이 마치 자식과도 같지 않냐고 물으며 "사실 요리사라는 사람은 맛을 창조하는 게 아닌, 재료의 맛을 끌어다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재료가 많이 중요하다"고. 이 대목에서 재료의 중요성, 그리고 그 조합을 창의적으로 끌어내려는 그의 개성을 읽어낼 수 있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
또한 자신의 할머니나 어머니가 그랬듯 딸 아든과도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수박과 튀킨 팝콘을 함께 조합시키는 과정에서 그는 딸에게 맛의 복잡미묘함, 새로운 조합의 재미를 일깨우곤 한다. 아내인 다이앤 리와 연애할 때도 그는 음식과 와인 얘기로 시작해, 모든 요리를 알려주겠다고 꼬셨다고 한다. 켄터키 출신인 다이앤 리는 그가 루이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서적 안정감을 줬을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와 여러음식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예스 셰프 – 에드워드 리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선 에드워드 리가 왜 그토록 창의적일 수 있는지 그 비결과 이유를 알 수 있다. 복숭아, 딸기, 파인애플, 심지어 가공된 볼로냐 햄을 타기 직전까지 요리하면서 그는 "확 태웠음에도 탄 맛이 안 나는 재료가 있다"고 동료에게 말한다. 그 결과 볼로냐 샌드위치엔 다소 그을린 과일 재료를 올라가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10년 간 매일 하던 방식으로 양파를 요리한다면 학습할 수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뭔가 다른 걸 했을 때 그게 소용없다는 걸 깨닫는다고 해도 그게 학습이다. 어떤 재료는 탔음에도 그을음을 압도하는 맛이 난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도를 해보고 맛봐야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만의 미각을 찾게 된다.
탄맛이 얼마나 음식의 맛을 밀어내는지 실험한다면, 어떻게 재료를 요리하고 싶은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실패를 경험해야 뇌가 움직인다. 음식을 태워보고,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망해봐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려면 완벽하게 실수해보아야 한다."
<발효>라는 다큐멘터리로 주목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