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5전 3선승제)에서 사자와 쌍둥이 간에 22년 만의 가을 재회가 성사됐다.

정규리그 3위 LG는 지난 10월 11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최종전에서 5위 KT 위즈를 4-1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혈투를 치른 LG는 하루 휴식 후 13일부터 정규 시즌 2위 삼성과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다투게 됐다.

삼성과 LG는 전통의 '재계 라이벌'이자 프로야구 원년(전신 시절 포함)부터 함께해온 오랜 역사라는 연결고리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가을야구에서는 라이벌 구도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두 팀은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총 5차례 만났는데 모두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몰려있는 기록이다. 두 팀의 전성기가 전혀 달랐고, 가을야구와 관련한 관한 흑역사가 많았다는 것은 두 팀의 공통점이다.

두 팀의 묘한 인연

 11일 오후 서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와 KT의 경기. 승리를 거둔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와 KT의 경기. 승리를 거둔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두 팀은 서로의 구단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상징적인 순간을 함께했던 묘한 인연이 있다. 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딱 두 번 맞붙었는데 서로 한 번씩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1990년 LG가 창단한 첫해에 통합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한국시리즈 상대가 바로 삼성이었다. LG는 삼성을 4전 전승으로 압도하며 전신인 MBC 청룡시절까지 포함하여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2년 뒤인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이 LG와의 재회에서 설욕전을 펼쳤다. 당시 삼성은 이전까지 1985년 전후기리그 통합우승을 제외하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무관 징크스로 유명했다. 삼성은 2002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는데, 당시 정규리그 4위에 그쳤던 LG가 준PO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 시리즈는 김응용과 김성근, 한국프로야구 1세대를 대표하는 두 명장의 맞대결로도 화제를 모았다. 두 팀은 시리즈 내내 반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6차전에서는 이승엽과 마해영의 홈런을 앞세운 삼성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4승 2패로 22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2002년 우승을 시작으로 오랜 무관의 한을 털어냈고, 이후 6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추가하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왕조'를 수립했다. 반면 LG는 2002년을 끝으로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2003-2012), 1994년 이후 28년 연속 무관(롯데 32년에 이어 역대 2위) 등 오랫동안 암흑기를 보내다가 지난 2023년에야 마침내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한풀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이 최전성기를 보낸 2000년대-2010년대 초반까지는 LG가 가을야구 진출도 번번이 암흑기를 보냈다. LG가 리빌딩에 성공해 다시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된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번엔 삼성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두 팀은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재회할 기회가 없었다.

두 팀은 한국시리즈는 아니지만 무려 22년의 세월이 흘러 오랜만에 다시 가을야구에서 만나게 됐다. 플레이오프로 국한하면 무려 무려 26년 만이다.

각 팀의 약점과 강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 상대 전적은 1승 1패로 호각이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LG가 2승 1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삼성은 1993년 첫 플레이오프 대결에서 LG를 3승 2패로 제압했다. LG는 1997년(3승 2패)과 1998년(3승 1패)에 2년 연속 삼성을 플레이오프에서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바 있다. 포스트시즌 개별 경기 종합 전적에서도 LG가 14승 10패로 앞서고 있다. 올해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는 팽팽한 호각세였지만 삼성이 8승1무7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그런데 양 팀 모두 공교롭게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삼성은 단기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력에 치명타를 맞이했다. 외국인 에이스 코너 시볼드와 국내 좌완 선발 자원 백정현, 필승조 최지광까지 무려 주축 투수 3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해다.

코너는 이번 시즌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160이닝을 투구하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3의 호성적을 거뒀으나 지난달 1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6월부터 필승조의 핵심으로 활약하던 최지광은 올 시즌 총 35경기 36.1이닝 간 3승2패 7홀드 평균자책점 2.23으로 호투했으나 지난 9월 14일 SSG 랜더스전에 투구 도중 오른쪽 팔꿈치 내측인대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여기에 올 시즌 6승 5패 평균자책점 5.95를 기록했던 백정현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체 평가전 도중 강습 타구에 오른손 엄지 미세 골절 및 좌측 눈두덩이 타박상을 입는 악재가 겹쳤다.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은 부상은 아니지민 구위저하로 극심한 부진을 겪다가 결국 PO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1선발-롱릴리프-셋업맨-마무리 자원이 골고루 날아가 버린 청천벽력인 셈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으로서는 마운드 운용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선발 싸움에서는 원태인과 대니 레예스의 원투펀치가 먼저 나서고 좌완 이승현과 우완 황동재 등이 3선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된 레예스는 정규리그에서 11승4패(평균자책점 3.81)를 기록했고, LG를 상대로는 2경기 1승(3.60)로 준수한 모습을 올렸다. 정규리그 공동 다승왕 원태인(15승6패·3.66)은 LG전 2경기에서 1패(4.09)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정규리그 팀 홈런 1위(185개)를 차지했던 타선에서는 구자욱(33개), 김영웅(28개), 박병호(23개), 이성규(22개), 강민호(19개) 등으로 이어지는 장타력으로 LG의 지친 마운드를 얼마나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는 KT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느라 체력소모가 극심했다는 게 부담이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최원태, 손주영, 임찬규, 디트릭 엔스 등 4선발 체제로 삼성 타선에 맞선다. 플레이오프 1선발의 중책을 맡게 된 최원태는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126.1이닝을 투구하며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에서는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0.84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을 에이스로 거듭난 임찬규가 쾌투를 거듭하고 있다. 준PO 5경기 전 경기 등판에 2세이브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엘동원(최동원)이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전천후 계투 자원으로 활약 중인 에르난데스도 있다.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수록, 투수 자원이 한정된 삼성보다는 차라리 지쳤더라도 물량 공세가 가능한 LG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염경엽 LG 감독의 최대 고민은 타순 운용에 있다. KT전에서 고전한 이유도 타선의 기복 때문이었다. 기존의 4번 타자였던 문보경은 포스트시즌 들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6번 타순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문보경이 KT와의 5차전에서 마침내 가을야구 첫 안타를 때려내기는 했지만 아직 타격감이 돌아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염 감독은 일단 플레이오프에서는 타격감이 좋은 오지환과 김현수를 중심타선에 중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플레이오프 1·2·5차전은 삼성의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되며, 3·4차전은 LG의 홈구장 잠실에서 열린다. 양 팀의 승자는 정규리그 1위 KIA 타이거즈와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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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삼성라이온즈 LG트윈스 2002한국시리즈 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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