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화면갈무리
<1박2일> 화면갈무리KBS

"여자라면 무조건 도와주라는 거냐."

지난 6일 출연진의 매너를 테스트하는 실험 카메라를 한 KBS2 < 1박 2일 > 을 두고 남초 커뮤니티에 올라온 반응이다.

앞서 < 1박 2일>은 멤버들의 매너를 테스트한다는 설정의 '몰래카메라' 영상을 내보냈다 시청자의 뭇매를 맞았다. 양손에 수박을 들고 지나가는 막내 작가를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였는데, 문세윤을 제외한 다섯 명의 출연진이 모두 막내 작가를 외면한 것이다.

시청자 반응은 냉담했다. "사람이라면 신경 쓰여서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 "같이 방송하는 스태프인데 도와주지 않는 게 이상하다", "못 볼 수도 있지만, 봤어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 않냐" 등 출연진의 태도를 비판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되자 <1박 2일> 측은 유튜브 등 공식 채널에서 해당 방송 클립을 삭제했다.

문제는 이후 외려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자가 힘이 약하다고 반드시 도와줘야 하냐"는 반향이 일었던 점이다. 이들은 막내 작가를 외면한 출연진을 옹호하기도 했다.

당시 이준은 "핑계를 대자면 진짜 못 봤다"라며 "충격적인 건 봤어도 안 들어줬을 것이다. (봤더라도) 힘들게 들고 있다면 도와줬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걷는데 그걸 도와주는 게 오히려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출연진은 공감을 보였다.

이를 두고 남초 카페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도와줄 필요가 없다", "출연진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항상 도와주는 걸 바란다"며 비속어 섞인 조롱을 던지기도 했다.

매너 아닌 사람 말하는 것

 <1박2일> 이후 재조명된 <무한도전> 171화 '품절남' 특집
<1박2일> 이후 재조명된 <무한도전> 171화 '품절남' 특집MBC

사실 이런 주장은 오래전부터 비슷하게 반복된 것이다. 앞서 2020년 리얼 데이트 프로그램 <스트레인저>에서 한 출연진은 짐을 들고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여성 출연진을 돕지 않으며 "저희도 들고 왔다. 남녀평등인데 같이 힘들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2022년 < 나는 SOLO >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출연진 중 한 남성이 "충분히 들고 올 수 있는데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로 만드는 건 차별"이라 답했다.

그런데, 짐을 나눠 드는 걸 꼭 남자가 여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 예능 장면들의 핵심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일이었다. 설령 여성 연예인이나 일반인 여성 출연진이 남성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어도, 성별이 같았어도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염려스러운 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이도 아닌 특히 "여성을 돕지 않겠다"는 정서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점이다. "여성을 돕지 않는 것이 양성평등이다", "여성을 돕다가 성희롱 무고죄를 당하기 싫다" 등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여성 전체를 향한 부정적인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일부' 남초 커뮤니티 속 '일부' 사용자들의 이야기로 축소하는 건 요즘 시대에 인터넷이 지닌 힘을 간과하는 것이다. 남초 커뮤니티를 연구한 책 <인셀테러>는 "왜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느냐"며 온라인상 정서가 현실 속 폭력 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금이 이미 그런 세상"이라고 경고한다.

다시금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라는 걸 되새겨야 한다. 여성 대 남성이란 이분법적 틀로 치환될 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통하지 않을 때. 한국 사회가 '매너' 그 이상의 시민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보호하는 사회적 그물망이 무의미한 편 가르기로 끊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
1박2일 무한도전 실험카메라 KBS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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