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연상호, 2011년)은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원작 스토리가 훌륭하고 작화도 독특하다.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 반전은 충격과 소름이 돋았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22년 3월 티빙(TVING)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드라마는 원작보다 등장인물도 많고 서사도 더욱 풍성해졌다. 원작에서 풍기던 날것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기본 설정과 스토리는 대폭 수정했다. 그러면서도 원작이 지닌 '학교 폭력'과 '사적 제제'라는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고 잘 각색했다.
드라마 주요 스토리는 학창 시절 일진들에게 왕따를 당한 황경민(김동욱 분)이 성인이 되어서 가해자들을 찾아가 사적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학교폭력과 사적복수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후에 나온 송해교 주연의 <더 글로리>(2022년, 넷플릭스)와 비교되기도 한다. 돼지의 왕은 남성 중심의 복수 서사지만 더 글로리는 여성 중심의 복수 이야기다. 복수의 방식도 <돼지의 왕>은 원초적 폭력에 중점을 두었다면 더 글로리는 언론과 SNS를 활용한 지능형 복수다.
누군가는 괴물이 되어야 했다
중학생인 황경민과 정종석(김성규 분)은 일진 무리에게 매일 왕따와 폭력을 당한다. 드라마는 원작의 잔혹함을 훨씬 뛰어넘는다. 단순히 학교폭력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서 폭행, 성추행, 조리돌림 등 가해자들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런 두 사람에게 같은 반이지만, 잠만 자던 김철(최현진 분)이 나타나서 도와준다. 경민과 종석에게 철이는 구원자다. 그리고 세 사람은 친구가 된다.
"우리가 힘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착하게 살면 될까? 아니야. 힘을 가지려면 우린 악해져야 돼. 계속 병신처럼 살고 싶지 않으면 괴물이 되어야 해. 알겠냐?" -김철
존재감 없이 교실에서 잠만 자던 김철은 왜 경민과 종석을 도와줬을까? 그가 남들처럼 상관하지 않았다면 이후에 벌어진 그의 비극적인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 경민과 종석을 도와준다. 정종석과 황경민처럼 돼지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해서 급기야는 신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김철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린다. 그도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끔찍했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