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과거 일부 방송 속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장 광고가 문제 된 적 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요즘엔 SNS에서 같은 문제가 불거지며 시끄럽다.

지난 1일 KBS 1TV <시사기획 창> '500억 한방에 속여, 먹다'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선 기자가 직접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어 SNS에서 광고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봤다. 취재 과정을 듣기 위해 지난 3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하누리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영양제 사먹다가 이상해 취재 시작... 직접 업체 만들었다"

-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소비자로서 취재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제가 영양제 같은 걸 많이 먹기 시작했거든요.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SNS에서 알고리즘으로 관련 광고가 계속 뜨잖아요. 저도 그런 광고를 보다 보니까, 계속 사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허위 과대광고까지 접하게 된 건데요. '우리나라 제품인데 해외에서 인기 있다', '해외 의사가 추천한다', '이런저런 병이 낫는다'란 내용들이었는데 처음엔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정도면 우리나라 제약계가 떠들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저희 자문과 인터뷰를 해 주셨던 허위 광고 고발 전문 유튜버 사망여우님 방송을 보게 됐습니다. 당뇨를 고쳐준다는 제품이었는데 실제로는 귀리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일 뿐이었고 이걸 치료제마냥 과대광고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릎을 딱 쳤습니다. 나조차도 속고 있었는데, SNS가 사람들을 엄청 현혹시키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문제가 있어 보이는 광고들을 다 저장하고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취재 대상이 SNS 광고이다 보니까 휴대전화만 켜면 취재를 할 수 있어서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 광고가 SNS 특성상, 떴다가 사라지거든요.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갑자기 무작위로 광고가 뜨잖아요. 이게 뜰 때마다 저장해놔야 하니까 계속 SNS 하면서 광고 뜨는 것 중에 허위 광고이다 싶은 걸 계속 저장했어요. 이 중에서 카테고리를 나눴어요. 이후에 이 광고를 어떻게 촬영했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팩트체크를 해나갔고요."

- 취재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만드신 거잖아요. 그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
"첫 번째는 팩트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업체를 만들어야 이 허위광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계에 정식 질의 한다고 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두 번째는 SNS를 보면 실제 유명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전문가들와 연구 개발해서 이 식품을 만들었다고 광고하고 그 체험기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저는 건강식품이 제약사에서 주로 만드는 건 줄 알았고, 이분들은 전문가와 협업한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경쟁이 심하니까 허위 마케팅이 끼어드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나'인, 바로 제가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장애물 같은 게 없는 거예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려면 사무실 주소와 인터넷 교육 이수만 하면 됩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이다 보니까 창고가 있어야 합니다. 이 창고도 제조사, 즉 공장이 빌려줍니다. 그러니까 사무실이나 창고가 없어도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 건강기능식품 공장이 있고 거기에서 납품받는 시스템인가요?
"보통 제약사는 공장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업체는 어느 한 공장에 의뢰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식품 박스에 있는 정보를 잘 보시면 제조사가 따로 표기돼 있어요. 그 제조사가 공장인데 이게 우리나라에 몇 곳이 안 됩니다. 이 제조사마다 가지고 있는 같은 원료로 여러 개의 브랜드가 천차만별 가격을 달고 나오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브랜드에서 과대광고를 하면 해당 공장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대안이 나오기도 하는 겁니다. 연대 책임을 물으면 과대광고가 적어질 것이라는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SNS 광고 의·역사 대부분 배우"

 KBS1 <시사기획 창>

KBS1 <시사기획 창> ⓒ KBS


-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보면 의사가 추천하는데, 대부분 진짜 의사가 맞나요?
"SNS 광고가 저희 취재 대상이어서 SNS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SNS 광고에 나오는 의·약사는 대부분 실제 의·약사가 아니었습니다. 배우였고요. 실제로 의·약사가 나온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직접 자기가 만든 브랜드를 광고하는 겁니다. 개발에 참여한 의사는 광고법상 광고에 나와도 되거든요.

다만 '제가 개발에 참여했습니다'라고 말은 해도 되지만, '제가 이 제품 살 뺄 수 있는 거 보증합니다'란 말은 할 수가 없어요. 문제는, '제가 의사인데 개발에 참여했다'고 광고하는 것조차 배우를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이 사람들이 진짜 의사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까 그 광고에 나온 그 수십 명의 사람들을 모두 '얼굴 찾기 사이트'에 돌렸어요. 근데 다 배우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한 것처럼 소비자들이 '얼굴 찾기 사이트'를 이용해 일일이 알아볼 수도 없는 것이고요. 문제죠."

- 대한의사협회가 고발하고 배우란 것이 알려지자 이번엔 외국 의사들 얼굴만 도용했는데, 이건 범죄 아닌가요?
"범죄 맞습니다. 얼굴 도용만 한 게 아니라 의사분들이 실제로 말한 거에 더빙을 입혀서 다른 내용으로 조작까지 했습니다. 어떤 광고는 더빙조차 하지 않고 외국어 음성은 그대로 내보내고 자막은 아예 다른 내용을 붙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나 이탈리아어 같은 경우는 소비자들이 못 알아들을 거라로 생각하고 이런 광고를 하는 겁니다. 명백한 범죄입니다."

- 내용 중에 가장 어이없었던 게 있을까요?
"아예 해외 약국이나 마트에 가서 진열대에 제품을 잠시 올려놓고 '우리 제품을 해외에서 팔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정한 제품이다'라는 거짓말 하는 영상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게 진짜인 줄 알았거든요. SNS 광고 특성상 휴대전화 저화질 영상으로 짧게 찍어서 짧게 보여주는 거니까, 실제로 그 매대에 올려져 있는 건지 파는 건지 이렇게 면밀하게 볼 수 없습니다. 이번에 방송하고 나서 댓글에도 '그거 진짜인 줄 알고 사 먹었는데'라는 시청자분들이 많았습니다."

- 취재차 업체를 만들었고, 건강기능식품 광고하려고 배우도 섭외하셨더라고요.
"실제 인플루언서를 직접 모델로 모시려면 제작비가 너무 들어서 우리가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보자고 한 거였습니다. 실제 업체들도 인플루언서가 아닌 배우를 인플루언서인 척, 은퇴한 승무원인 척 가장해서 광고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배우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배우님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와 유튜브를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방송인이었는데 지금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인플루언서가 됐다'라는 설정으로 한 달 정도 게시했어요. 처음에는 제품 광고를 하지 않고 한동안은 인플루언서가 먹방도 올리고 일상생활도 올리고 운동하는 것도 올리는 것처럼 했더니, 실제로 다이어트에 뭘 먹으면 좋냐는 상담 메시지 같은 것도 오더라고요.

배우님도 주변에서 그런 광고 제의를 엄청 많이 받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다이어트 제품을 광고하면, '이거 먹고 3개월이 지났는데 3개월 뒤 몇 kg 빠졌어요' 하는 걸 찍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걸 3개월 동안 촬영하느냐, 아니랍니다. 하루 만에 '3개월 전후 과정'을 다 촬영한대요."

"정확한 정보전달·광고 위한 규제 필요"

 KBS1 <시사기획 창>

KBS1 <시사기획 창> ⓒ KBS


- 광고 제작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여러 업체에 의뢰해서 광고를 진행했어요. 여러 곳에 광고 대행을 의뢰한 이유가 있습니다. 허위 광고를 하는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에 '왜 이런 불법 광고를 했냐'고 물었더니 다들 '광고 업체가 해서 우리는 몰랐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광고 업체가 알아서 불법 광고를 하고, 건강식품 업체는 모를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직접 해보니 광고 업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광고업체는 먼저 광고주, 그러니까 건강식품 업체에 '어떤 광고 내용을 원하는지' 묻더라고요. 광고주가 의·약사를 넣어달라, 비포-애프터를 넣어달라 이런 주제를 정해주고 관련 이미지를 전달하면 그걸 광고업체가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비포애프터 광고가 필요하면, 체중계 사진이나 모델 사진을 광고업체에 줘야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 후에도 광고업체는 광고주한테 시안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광고를 내보내 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광고주는 광고 내용을 모를 수 없고, 이게 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 방송인 유재석씨도 피해자라고 나오던데,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를 도용한 광고인가요?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희 방송이나 9시 뉴스에서 보도를 드렸는데도, 아직도 유재석씨가 이 제품을 광고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이 업체가 <유퀴즈> 방송을 무단으로 그 장면만 잘라 자기 제품 설명인 척 SNS에 광고한 겁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교수님께도 전화드렸는데 이 교수님이 크게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 사기 업체 제품을 자문하거나 팔고 있는 걸로 주변에서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업체 홈페이지도 있는데, 여기에도 그 교수님 사진과 여러 연예인의 사진을 도용해 걸어뒀습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유명 연예인이랑 의사 사진이 있으니까 믿고 사는 거죠. 아직도 경찰이 이들을 잡지를 못하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 건강기능식품 업체는 대부분 공유 오피스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인가요?
"좀 규모가 커진 곳은 사무실이 번듯하게 있었는데, 저희가 간 곳 중 절반 이상은 공유 오피스였습니다. 제대로 된 오피스가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제품 생산은 공장에서 다 해주고, 창고도 공장에 빌려주고, 마케팅은 광고 업체에서 대행해 주니까요.

공유 오피스를 쓰는 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이 제품을 먹은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었을 때 고객 대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고객센터 전화했을 때 거의 다 '통화 중'이거나 안 받거나 팩스로 돌려진다거나 이런 식으로 연결이 안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저희 제보자 중에 한 분은 제품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고 항의하려고 전화했더니, 대부업체로 연결이 된 적도 있었다고 해요."

-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만들어 광고하니 연락이 많이 왔다고 했는데, 어떻게 왔나요?
"저희 제품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그 홈페이지에서 카카오톡 상담하기로 바로 연결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카톡으로 여러분들이 문의하셨었어요. 연락하시면 바로 저희가 KBS 제작진이라는 점을 알리고, 인터뷰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대부분 다이어트하고 싶어서 이 제품을 사고 싶다는 분들이었고, 당뇨를 고치고 싶어서 이 제품을 사고 싶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정말 치료가 필요한 간절한 상황에서 건강식품 광고에 속는 분들이 있는 겁니다. 이런 마음을 절대로 악용하면 안 되죠. 광고 업체 스스로도,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BS1 <시사기획 창>

KBS1 <시사기획 창> ⓒ KBS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취재하면서 개인적으로는 SNS를 많이 멀리하게 됐습니다. 광고 보고 제품을 사기보다는 제가 필요한 게 뭔지 스스로 먼저 판단해 정확한 제품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방송을 보신 것처럼 누군가 작정하고 속이려면 소비자는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케팅이 그만큼 교묘한 거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막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과 법 정비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먹는 것'이고 '건강'과 관련 있는 것이니까 정확한 정보 전달과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취재할 때 업체 반론을 받아야 하는데 전화는 안 받고, 고객센터나 대표번호나 다 무응답이고, 사무실을 가도 공유 오피스라서 아무도 안 계시고, 이게 난항이었습니다. 일괄 이메일도 보냈거든요. 이건 다 읽으셨지만 대부분 답은 안 주시죠. 그래도 연락 받아주신 업체들은 앞으로 시정할 거고, 좀 제대로 된 광고 하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시사기획창 건강기능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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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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