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클라우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03.
영화의 중반을 지나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불특정 다수, 요시이를 살해하기 위해 모이게 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순식간에 시작되고 끝이 나는 관계이자 그저 이해관계에 따라 자발적으로 모인 집합이라고 설명되는 온라인 공간 이용자들의 규합은 특정 대상을 죽이는 일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것이 없는 일종의 게임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는 정확히 반대쪽에서 제작자나 구매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던 요시이의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그들의 동인이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복수나 사적 처벌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시이를 쫓는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을 살해하고도 죄책감이나 슬픔의 감정보다 이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는 집단의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경계가 된다. 다른 의미로 개인의 목표만을 쫓는 두 집단 사이에 누가 더 비정상인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워지는 측면에서다(요시이 역시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쫓아오는 이들로부터 잠시 벗어난 사이 제일 먼저 걱정하는 일이 판매 상품이다).
영화적으로 이후의 장면들은 '일상에서 폭력과 연관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 결과적으로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극한적인 관계를 가진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04.
영화 <클라우드>는 처음에 이야기했던 일상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점, 요시이는 물론 그를 공격하기 위해 규합한 인물 모두가 특별한 위치에 놓여 있는 대상이 아니라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대중의 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의 감각을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강요하는 흐름의 속도가 아닌 객관적인 사유의 속도에 따라 다시 영화를 따르다 보면 극 중에 쌓인 증오의 크기가 조금은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는 하지만, 집단의 광기라는 것이 언제나 객관적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설적으로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다.
다만 작은 회사이기는 하나 능력을 인정받고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제 삶을 이끌고 있던 한 사람이 노력도 없이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고수익 앞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이 타인의 슬픔이나 피해 사실에 무감각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인터넷이나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익명의 공간으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범죄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분명히 현시대의 어두운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만든다.
감독은 사회와 공동체의 위험한 지점에 대해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그리려고 했던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모든 영화의 첫 시작이 리얼리즘이고, 영화를 출발시키고자 하는 첫 지점이 언제나 '현실은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에 놓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온전히 분리될 수는 없는 '현실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반영이 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