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드라마의 시초격인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은 과연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 초청작인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감독이 바로 주인공인 마츠시게 유타카다.

3일 부산 해운대 영상산업센터에서 해당 작품의 간담회에 참석한 마츠시게 유타카는 영화에 얽힌 일화를 전하며 관객과 첫 만남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옛 친구 딸의 연락을 받고 프랑스로 건너간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고향의 국물 맛을 재현해 달라는 부탁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구조라섬, 남풍도 등을 방문하고 식재료 또한 한일 양국의 것을 두루 활용한다. 원작 만화를 토대로 일본에선 12년 간 방영돼 온 스테디 콘텐츠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편지 보낸 사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TV도쿄 개국 60주년을 맞이하며 특별제작한 영화판은 마츠시게 유타카가 직접 연출, 각본을 맡았다. 영화화 논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마츠시게 유타카는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편지를 보낸 사연을 밝혔다.

"12년간 이어져 온 시리즈인데 일본의 TV 업계가 별로 좋은 환경은 아니다. 다른 업계로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일도 많고 해서 자극이 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다"던 마츠시게 유타카는 "그렇다면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다른 나라 감독이면 좋다는 생각에 봉준호 감독께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일정 문제로 고사했다고 한다. "유감이지만 완성되길 기대한다는 답변에 봉 감독님이 기대한다니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츠시게 유타카는 "다른 일본 감독이 하느니 차라리 내가 리더십을 갖고 하자고 결심했다. TV 드라마 팀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지옥의 경비원>(1992)로 영화 배우로 데뷔한 그는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구로사와 기요시 또한 두 작품으로 초청받았기에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그전까진 무대 연기를 중심으로 활동해서 데뷔가 늦었는데 이번에 뵙게 됐다"며 "연극과 완전 다른 영화의 재미를 느낀 건 온전히 구로사와 감독님 덕이다. 감독님 신작 <클라우드>에도 살짝 출연했다. 제겐 스승과도 같은 분"이라 소회를 밝혔다.

드라마에서도 부산 편이 나오는 등 마츠시게 유타카는 한국과도 나름 인연이 있다. 이번 영화에도 배우 유재명이 지역 경찰관으로 특별출연한다. 이에 대해 마츠시케 유타카가 제법 길게 설명했다.

"제가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어릴 때부터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자라 가까운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 일본과 식재료도 비슷한데 전혀 다른 맛을 내는데 바다 하나 건너서 이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같은 재료로 맛이 달라진다는 게 바로 고로가 먹고 싶어하는 것과 직결되지 않을까 싶다. 주제가 국물 맛 찾기인데, 실제로 여러 장소를 헌팅하다가 한국의 황태해장국이 좋지 않나 싶어 활용했다.

유재명 배우는 한국 중심의 이야기를 짜던 중에 2년 전부터 여러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발견한 분이다. <소리도 없이>라는 작품을 보고 다음날 바로 연락드렸는데 응해주셨다. 영화에선 그분이 나오는 장면에서 웃음을 자아내는데 유재명 배우 덕에 가능했던 장면이었다."

"자극적 드라마에 질린 분들 매력 느껴"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을 비롯 한국 등지에서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 인기가 이어지는 것에 그는 "아저씨가 그냥 밥 먹는 건데 왜 인기인가 싶어서 생각해보니 여러 자극적 드라마에 질려 있는 분들이 매력을 느낀 것 같다"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를 보면 운명공동체라고 본다. 문화든 경제든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같은 먹방 드라마는 전례가 없었다. 먹는 행위는 그 어떤 극적 효과 없이도 왠지 신경이 쓰인다. 그 시대의 식문화도 반영돼있다. 그게 중요했다. 음식을 어떻게 찍느냐도 있겠지만,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드라마에 여러 노하우가 있지만, 이게 먹방 드라마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 작품보다 더 재밌는 먹방 콘텐츠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선 혼밥이라는 게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도 있었고 그렇게 쓸쓸하거나 외로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근데 한국에선 혼밥이 금기시된다더라. 여러 접시에 나오는 반찬을 다 같이 나눠 드셔서 그런 것인가 싶었다. 이 드라마가 나온 뒤 혼밥이 그렇게 민망한 게 아니게 됐다는 한국분들 반응에 감사했다. 고로상도 혼자 밥을 먹지만, 음식이 나올 때까지 두근거려 하고 다른 사람의 음식도 구경하잖나. 혼밥이라는 게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 게 널리 공유된 것 같다."

시즌8 때 부산을 찾았던 마츠시게 유타카는 모처럼 부산 방문에 들뜬 모습이었다. "1년 전 부산에 와서 영화를 찍는데 당시에도 영화제 기간이었다. 근데 일본에서 부산에 오는 비행기가 매진이라 서울을 경유했다. 상당히 민폐인 영화제구나 생각했다"며 재치 있게 운을 뗀 그는 "부산에서 무엇을 먹든 고독하지 않게 스태프들과 한 끼씩 맛있게 먹겠다. 일본 음식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일상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3일 오전 세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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