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건강 이상과 손녀와의 트러블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벼랑 끝에 놓이게 된 노부부의 위태로운 사연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9월 30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서는'꼬리에 꼬리를 무는 잔소리 - 꼬꼬잔 부부'편이 그려졌다.

한재한·현삼순 부부는 재혼으로 맺어진 결혼 15년 차의 60대 노부부였다. 아내의 딸이 사연을 신청해 출연하게 됐는데, 이들은 부부싸움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남편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사사건건 모두 자신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아내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뇌출혈 후 후유증 겪는 남편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남편은 30여 년간 목수로 일하다가 퇴직한 후 2019년에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로 큰 고비를 겪었다. 아내의 신속한 대처로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이후 남편은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졌다. 한때 누구보다 건강을 자신했던 남편은 작은 일을 하기에도 버거워진 일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큰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아내는 아픈 남편을 간호하며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내는 힘든 소독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살림까지 모두 책임졌다. 하지만 남편은 하루 종일 반복되는 아내의 지나친 잔소리와 공격적인 말투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이 사소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쉴 틈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심지어 친척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바로 앞에 있는 남편의 면전에서 앞담화를 하기도 했다.

불편해진 남편은 결국 자리를 피했다. 남편은 자신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자신을 환자 취급하고 무시한다는 서운함 또한 감추지 못했다.

남편은 "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아내는 봉지 하나 제대로 못 잡는다고 구박을 한다. 나를 X신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몸이 불편해 방안에 홀로 누워있으면 폐인이 된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설움이 북받친 남편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나름대로 남편의 건강을 걱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아내의 눈에는 남편의 부족한 일 처리가 성에 차지 않았고, 결국 '남편은 열심히 운동하지 않는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잔소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남편은 아내의 기준만을 따라 충족해야 하는 건 아니며, 오히려 작은 실수에도 면박을 주고 나름대로 열심히 한 노력까지 부정하는 아내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결론적으로 아내의 잔소리가 심한 게 맞다"고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오 박사는 "아내의 잔소리가 남편에 대한 걱정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대들보를 잃은 남편이 느꼈을 상실감도 이해해야 한다"면서 "마음은 형체가 없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표현을 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가 잔소리하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아내가 남편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다"면서 "아내는 남편이 '건강했을 때'를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손이 더 굳지 않게 사용해'와 '손을 왜 이렇게밖에 사용 못 해'는 의미가 달라진다. 먼저 남편의 힘든 상황을 공감해주고 걱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아내의 불안함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한편 아내에게도 못다 이야기한 깊은 사연이 있었다. 전 남편을 젊은 나이에 사별로 떠나보낸 아내는 지금의 남편마저 이별하게 될까 봐 불안한 마음이 컸다. 뇌출혈 이후 4년이나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병했던 아내는 정작 남편으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는커녕 "왜 살려놨냐"는 원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건강이 무너진 데 충격을 받은 남편은 한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자해와 위협적인 행동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사실 아내가 지나칠 정도로 잔소리를 멈추지 못한 것도, 혹시 남편이 삶의 의지를 놓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내가 적지 않은 나이에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그토록 악바리처럼 사는 진짜 이유는, 남편과의 '소박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지키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보였다. 겉으로는 모진 말을 했던 남편도, 그런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아내는 "나는 어릴 때부터 힘들게 살았는데 어쩌다 아픈 사람을 만나서 또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할까. 내 팔자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음의 상처를 털어놓았다. 심리검사에서는 그토록 강해 보였던 아내가 우울감이 상당히 높고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생각도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부부관계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하여 남편을 잘 기다려주지 못하고 쉽게 잔소리하거나 화를 내며 재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였다.

한편 이 부부의 또 다른 문제는 남편과 손녀 간의 불화였다. 아내는 재혼한 이후 전남편 사이에서 얻은 큰딸의 자녀를 맡아 양육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과 손녀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면서 부부싸움의 주요한 이유가 됐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는 할아버지(남편)와 대화를 단절하고 집안에서는 자기 방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남편과 손녀의 사이가 매우 좋았으나, 남편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 본인이 유복자로 자란 아픔이 있었던 남편은 손녀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엄격하게 키우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손녀가 길에서 만나도 자신을 두 번이나 모른 척했고, 심지어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제 방이에요'라고 쌀쌀맞게 대꾸했다며 손녀에게 서운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어린아이를 보듬어주지는 못하고 종종 심한 욕설까지 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남편은 "손녀가 학생답게 처신하지 않아서 훈육을 한 것 뿐"이라고 항변하며 "오히려 아내가 지나치게 손녀를 감싸기만 하는 게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언성 높아진 부부, 솔루션은...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양육관의 차이로 충돌한 부부는 감정적인 대화가 오가다가 점점 언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남편은 "친손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내가 자신의 진심을 왜곡해서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아내는 "내 손녀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당신을 왜 좋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한테는 못하더라도 내 손녀에게만큼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극명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손녀의 마음은 어떨까. 뜻밖에도 손녀는 할머니(아내)와의 대화에서 침착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손녀는 "할아버지는 제 문제를 지적하고 할머니는 제 마음을 대변한다"라며 "할아버지는 제게 관심이 있어서 말을 거는 게 아니라 항상 퉁명스럽게 꾸지람하듯 이야기한다. 할아버지와 좋은 사이가 아닌데도 밖에서만 좋은 척을 한다"며 오해를 부르는 남편의 쌀쌀맞은 말투와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어 "할아버지가 저와 잘 지내고 싶은 건지, 그냥 지적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화를 내지 마시고 조금만 부드럽게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은영 박사는 "손녀는 남편이 생각하는 것처럼 버르장머리가 없지도 않고 가정교육을 잘못 받지도 않았다. 그냥 요즘 또래 아이답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손녀 입장에서는 자신은 '외할머니 집에 얹혀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불편할 수 있다. 남편은 어른이지만 손녀는 미성년자이지 않나. 서로 위치와 입장이 다른 것이다. 손녀의 입장도 이해해 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오 박사의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던 남편은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남편은 뇌출혈과 뇌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고 우울증이 겹치면서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심리검사에서는 선천적인 기질 면에서도 타인의 감정에 둔감하고 무관심한 면모가 있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를 위해 "남편을 걱정하는 진심을 잔소리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생활계획표를 만들어서 서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편과 회복운동을 비롯한 스케줄을 함께 해보라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또한 남편에게는 별도로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부부 공통으로는 "서로에 대한 감사함과 공감을 평소에 표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는 솔루션에 큰 만족감을 드러내며 심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그동안 못다 한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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