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CG가 가득한 <터미네이터2>에서 관객들을 가장 감동 시킨 장면은 T-800의 엄지손가락이었다.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2>를 연출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조지 루카스도 아닌 카메론 감독이 할리우드 최초로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관객들은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카메론 감독은 7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작 <어비스>로 9000만 달러라는 아쉬운 흥행에 그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1년 7월 <터미네이터2>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의심의 시선을 보내던 관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터미네이터2>는 지금까지 여러 영화에서 보조 수단 정도로 쓰이던 CG의 위력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각인 시켰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속에 할리우드의 수준 높은 CG 기술을 제대로 녹여내면서 관객들을 매료 시켰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액션 영화들은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스토리에 소홀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터미네이터2>는 미래 세계와 연계된 암울한 스토리와 그 속에서 보이는 희망,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교감을 매끄럽게 이어가면서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T-1000을 물리친 후 '마지막 CPU칩'을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용광로에 들어가는 T-800의 희생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1984년 37세의 나이에 <터미네이터>에 출연하며 액션 배우로 전성기를 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코만도>, <트윈스>, <토탈리콜>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지다가 44세의 나이에 <터미네이터2>에 출연했다. 전편에서 악역이었던 슈왈제네거는 속편에서 선역으로 변신하며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고 1994년 <트루 라이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카메론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처럼 <터미네이터>는 할리우드 최고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승승장구했지만 카메론 감독이 하차한 3편부터 5편까지 아쉬운 완성도로 관객들을 만족 시키지 못했다. 카메론 감독은 2019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제작과 원안을 맡으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복귀했다. <다크 페이트>는 2억6100만 달러로 역대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가장 실망스런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터미네이터1>에서 터미네이터에게 쫓기는 연약하고 순진한 여인 사라 코너를 연기했던 린다 해밀턴은 <터미네이터2>에서 여전사로 각성한 모습을 보여줬다(물론 자신을 지키러 온 T-800을 처음 보고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사라 코너로 워낙 유명하지만 사실 해밀턴은 <터미네이터>와 <단테스 피크>, TV시리즈 <미녀와 야수> 정도를 제외하면 대표작이 많지 않다.
<터미네이터2>에서 관객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캐릭터는 로버트 패트릭이 연기했던 액체 사이보그 T-1000이었다. 실제로 T-1000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빌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주인공 일행을 위협했다. T-1000은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15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제니시스>에도 등장했는데, 한국배우 이병헌이 T-1000을 연기하면서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터미네이터2>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이자 가장 안타까운 배우는 사라 코너의 아들이자 미래 세계 인간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의 소년 시절을 연기한 에드워드 펄롱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전 세계 소녀 팬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펄롱은 1990년대 후반까지 청춘 스타이자 유망주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망치고 말았다.
전편에 버금가는 속편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