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KBO리그 가을야구 무대를 장식할 팀들의 면면이 가려지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와 2위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지난 24일에는 LG 트윈스가 3위를 확정했다.
현재 4위 두산 베어스도 아직 순위다툼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5강 진출을 확보하며 가을야구 티켓을 예약했다. 이제 와일드카드 결정전 홈어드밴티지가 걸린 4위 경쟁, 5위 KT 위즈-6위 SSG 랜더스가 경합중인 5강 막차 싸움만이 남은 상태다.
현재 가을야구를 진출을 확정한 4팀은 전신 시절을 포함하여 프로 출범 원년부터 KBO리그 역사를 함께 이어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삼성은 출범 이후 모기업과 팀명을 한번도 바꾸지 않았고, 두산은 모기업을 유지한 채 OB에서 팀명만 바뀌었다. KIA는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했고, LG는 MBC 청룡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네 팀 모두 KBO리그 우승만 최소 3회 이상 차지한 명문팀이자 국내 최고 인기구단들로 꼽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KIA, 삼성, 두산은 KBO리그 역대 최다우승 1-3위 구단이기도 하다. 네 팀의 우승 횟수만 합쳐도 총 28회로 KBO 42년 역사의 약 2/3를 차지한다. 여기에 만일 4회 우승을 기록한 SSG 랜더스(전신 SK와이번스)까지 가세한다면, 올해 가을야구는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왕조 구단들이 총집결하는 클래식 시리즈가 될 전망이다.
수도 서울을 함께 연고로 하는 LG와 두산,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는 터줏대감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삼성과 KIA는 모두 리그에서 손꼽히는 팬덤을 보유한 인기구단들이기도 하다. 이 네 팀이 모두 동반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것은 8개구단-포스트시즌 4강 체제이던 1993년 이후 무려 31년 만이다. 네 팀의 동반 선전은 올시즌 구단별 최고 관중 동원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며 KBO리그가 천만관중 시대를 여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이나 4팀은 가을야구에서의 인연도 남다르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통산 1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준우승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불패의 신화를 보유하고 있다.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한 팀도 현재 KBO리그에서 오직 KIA 뿐이다. 한국시리즈 통산 승률도 44승 2무 13패(.772)로 유일하대 7할대 승률을 기록한 팀이다.
삼성은 통산 8회 우승(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 미개최 포함)으로 KIA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있다. 다만 삼성은 한국시리즈에는 KIA보다 훨씬 더 많은 17회나 진출하고도 준우승만 10회로 최다 준우승팀이라는 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우승 도전을 가장 자주 가로막았던 팀이 바로 KIA와 두산이었다. 삼성은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만 5번 만나 2승 3패를 기록했고, KIA를 상대로는 3번 맞붙어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삼성이 만일 올해 플레이오프에 이겨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면, 1993년 이후 31년만에 KIA와 포스트시즌 '영호남 더비'가 성사된다. 해태에서 KIA로 팀명이 바꾼 이후로는 첫 대결이 된다. 두 팀은 한국야구사에서 대표적인 왕조로 꼽히는 팀들이지만 전성기가 달라서 의외로 포스트시즌에서는 별로 만난 적이 없다. KIA는 80-90년대에만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삼성은 모두 2000년대 이후에만 8번 정상에 올랐다.
두 팀의 역대 정규리그 통산전적은 393승 12무 364패로 삼성의 우위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KIA가 12승 4패로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삼성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모두 KIA가 해태 시절이던 80-90년대에 이루어졌고 총 4번(한국시리즈 3회, 플레이오프 1회) 맞붙어 시리즈 전적 3승 1패(통산 전적 12승 1무 6패)로 KIA의 우위다.
같은 연고지를 사용하는 LG와 두산의 '잠실시리즈'도 역사가 깊다. LG는 통산 3회 정상에 올랐지만 KIA, 삼성, 두산에 비하면 연속우승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LG는 올시즌 2연패를 통하여 왕조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규리그 3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 부임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두산이 준PO에서 LG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넘어야한다. 특이하게도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팀들중 삼성과 LG에게는 열세를 보였지만 정규리그 1위팀 KIA에게는 9승 1무 6패로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다.
LG와 두산 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무려 6번이나 만났다. 상대 전적은 두산이 시리즈 전적 4승 2패, 통산 12승 8패로 우위다. 두산은 가장 최근 맞대결이던 2021년 준PO에서 2승 1패를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LG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올해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9승 7패로 근소한 우위에 있다.
또한 두산과 LG중 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성사될 삼성과의 맞대결도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두산의 사령탑인 이승엽 감독은 자타공인 삼성의 최고 레전드 출신이다. 이승엽 감독 부임 첫해인 2023년에는 두산이 11승 5패로 압도했지만 올해는 삼성이 12승 4패로 두산을 압도하며 우위가 뒤바뀌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무려 10번이나 맞붙었는데 시리즈 전적 5승 5패(통산 전적 26승 1무 23패 두산 우위)로 팽팽한 호각을 보였다.
LG와 삼성은 서로가 서로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제물이 되었다는 악연이 있다. LG는 청룡을 인수한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4전 전승으로 압도하며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 끝에 LG를 4승 2패로 제압하고 우승의 한을 풀었다.
이 시리즈가 두 팀이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었던 마지막 대결로, 두 팀이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면 무려 22년만의 가을야구 리턴매치가 된다. 포스트시즌 전적은 LG가 시리즈 전적 3승 2패, 통산 14승 10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올시즌 정규리그 전적은 8승 1무 6패로 삼성의 우위다.
이처럼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한 네 팀들은 모두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라이벌구도와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포스트시즌 역시 정규시즌을 능가하는 역대급 흥행몰이가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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