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잘나가는 대형 로펌 변호사와 종합병원 소아과 의사 형제의 자식 농사는 어떨까. 남 부럽지 않은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까지 갖추니 그 가정에 행복이 넘쳐 흐를 것만 같다. 영화 <보통의 가족>을 보면 그게 또 그리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돈을 우선시 하며 법과 정의보단 철저히 의뢰인의 편에서만 활동해 온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친절하고 봉사정신까지 투철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친형제다. 이들은 각각 모범생 딸과 학교폭력 피해자인 아들을 두고 있다.

두 집안의 상반된 분위기는 재완과 함께 사는 지수(수현),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의 특징과도 연결된다. 전처의 부재로 재완의 재혼 상대가 된 지수는 매사에 침착하고 냉철해 보이기까지 하는 젊은 여성이다. 차남이지만 지수가 임신하면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까지 모시게 된 연경은 워킹맘이면서 철저한 가족주의자다.

영화는 한 배에서 나왔지만 서로 다른 기질과 성격을 지닌 형제와 두 여성, 그리고 이들의 자녀를 통해 가족 관계의 모순을 제법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결정적인 사건은 두 자녀가 노숙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녀를 적극 변호할 것인지, 응당 처벌을 받게할 것인지 고뇌하는 과정에서 두 집안 사람들은 극적인 심리 변화를 경험한다.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어떻게 해서든 처벌을 면하게 해서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일까. 아니면 자식이지만 냉정하게 심판대에 세워 벌을 받게끔 하는 게 좋은 부모일까. 제3자의 시선에서 보면 답이 분명할 것 같지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원작 소설 <더 디너> 속 주인공들은 정치인과 교사로 등장하는데, 한국사회의 특성상 경제적 지위가 확실한 변호사와 의사로 각색됐다.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식 속은 절대 알 수 없다"고 되뇌던 영화 속 재완의 대사처럼, 복잡한 등장인물의 심리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멀리서 보면 이 두 집안의 모습이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 심성이 곱고 아들에게 '맞더라도 절대 상대를 괴롭히지 말라'고 가르치던 재규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폭주한다. 철저하게 결과주의적이던 재완은 의외의 선택을 한다. 이런 엇갈림을 허진호 감독이 섬세하게 묘사해놨다. 캐릭터 묘사에서 지수나 연경의 역할이 다소 축소돼 있거나 그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아쉽지만, 제법 느린 전개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건 감독의 역량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부터 최근의 <천문>까지 오랜 시간 허진호 감독과 호흡을 맞춰 온 조성우 음악감독은 서정적인 피아노곡을 영화 전반에 깔아놓았다. 스릴러 장르 영화나 서스펜스가 중요한 작품에서 긴장감 넘치는 음악을 쓰기 마련인데, 정반대에 해당하는 선택을 한 것.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음악과 만나 묘한 힘을 발휘한다. 감정적으로 몰아가지 않으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거나 모순적 상황이 서정적 선율과 맞물려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난다.

잔잔하고 느린 전개가 변수로 보인다. 자극보단 정공법을 택한 이 영화에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이미지. ⓒ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한 줄 평 : 우리 사회에서 좋은 부모란? 중요한 질문을 던지다
평점 : ★★★☆(3.5/5)

영화 <보통의 가족> 관련 정보

감독 : 허진호
출연 :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제공 및 배급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제작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공동제작 : (주)하이그라운드
러닝 타임 : 109분
개봉 : 2024년 10월 9일





보통의가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