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롯데 자이언츠 시범경기에서 롯데 레이예스가 솔로홈런을 날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를 영입하면서 무려 17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의 최종 순위는 10개 구단 중 7위에 불과했고 최초의 외국인 선수 출신 사령탑이었던 래리 서튼 감독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롯데는 이대호가 KBO리그에 복귀한 2017년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두산 베어스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거액을 투자한 FA 영입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롯데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검증된 감독을 데려오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 kt 위즈에게 1-5로 패하면서 남은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2018년부터 이어진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다.
올 시즌 롯데의 성적은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선두 KIA 타이거즈나 2위 삼성 라이온즈도 고민이 많았던 외국인 선수 농사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외국인 원투펀치' 애런 윌커슨과 찰리 반즈는 328.1이닝과 함께 20승을 합작했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는 지난 9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에 단 8개를 남겨둔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그 주인공이다.
서건창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200안타
KBO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무려 20년 동안 보유하고 있었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KBO리그 역대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꼽히는 그는 프로 2년 차였던 1994년 124경기에 출전해 200안타에서 단 4개가 부족한 196안타를 때려냈다. 그 후 KBO리그를 호령했던 많은 강타자들이 있었지만 2013년까지 이종범의 기록을 넘보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불멸의 기록'으로 남는 듯 했던 이종범의 196안타 기록은 20년이 지난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활약하던 '서 교수' 서건창(KIA)에 의해 경신됐다. 2008년 육성 선수로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가 2년 만에 방출 당한 그는 군복무 후 테스트를 받고 히어로즈에 입단해 2012년 타율 .266 1홈런40타점70득점39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과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2013년 크고 작은 부상과 2년 차 징크스로 86경기 출전에 그쳤던 서건창은 풀타임 3년 차가 된 2014년 그야말로 '몬스터 시즌'을 만들었다. 넥센이 치른 128경기에 모두 출전한 서건창은 타율 .370 201안타7홈런67타점135득점48도루를 기록하면서 KBO리그 최초로 '200안타 시대'를 활짝 열었다. 타격 3관왕에 오른 서건창은 그 해 넥센을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정규리그 MVP와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공교롭게도 서건창의 기록이 나온 이듬해 kt 위즈가 1군에 진입하면서 KBO리그도 2015년부터 144경기 체제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경기 수가 늘어난 만큼 서건창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도 빠른 시일 내에 깨질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144경기 체제가 된 후 지난해까지 9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서건창의 201안타는 여전히 KBO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으로 남아있다.
1996년 삼성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최형우(KIA)가 195안타를 기록했고 2019년부터 두산에서 4년 간 활약했던 호세 페르난데스가 2019년 197안타, 2020년 199안타로 아쉽게 200안타 고지를 넘지 못했다. 2022년에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팀 선배였던 서건창의 기록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버지가 28년 전에 세웠던 기록에 3개가 부족한 193안타로 시즌을 마감했다.
홈런 빼고 다 잘하는 '베네수엘라 특급'
베네수엘라 출신의 외야수 레이예스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빅리그에서 활약하며 타율 .264 16홈런107타점147득점33도루를 기록했다. 레이예스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264의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컨택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통산 394경기에서 16홈런에 그쳤을 정도로 장타와는 거리가 있었다. 레이예스는 작지난해트리플A에서 타율 .279 20홈런83타점을 기록한 후 롯데와 계약했다.
지난해 팀 내 최다 홈런 타자가 17홈런의 전준우였을 정도로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절실했던 롯데 입장에서는 장타력이 부족한 레이예스가 과연 팀에 외국인 타자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레이예스는 올해 137경기에서 15홈런으로 리그 홈런 34위, 팀 내에서도 손호영(18개)과 전준우(17개)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레이예스는 다소 적은 홈런을 차는 대신, 넘치는 안타로 만회하고 있다.
올 시즌 .352의 타율로 SSG의 기예르모 에레디아(.358)에 이어 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레이예스는 최다안타 1위(194개), 타점 9위(105개), OPS(출루율+장타율) 9위(.909), 득점권 타율 5위(.381)에 올라 있다. 홈런과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가 치른 139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기복 없이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24일 kt 위즈전에서 시즌 194번째 안타를 기록한 그는 지난 2017년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세웠던 롯데 구단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넘는 신기록을 만들었다. 롯데 구단 역사상 한 시즌에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선수는 펠릭스 호세도, 이대호도, 손아섭도 아닌 레이예스라는 뜻이다. 그리고 10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서건창의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레이예스는 남은 5경기에서 6안타를 때려내면 KBO리그 역대 2번째로 200안타 고지를 밟게 되고 고 8개의 안타를 추가하면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41개의 안타를 때리고 있는 레이예스라면 남은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6개의 안타를 때리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야구 팬들이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롯데의 남은 5경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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