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제목의 책이 떠올랐다. 다루는 범위나 배경은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 취지나 주제의식이 닿아 있다. 책이 더 넓은 범위와 시간대라면, 영화는 부산 여성운동의 30여 년 시공간을 특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뚝 떨어진 양 치부되곤 하는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흐름을 포착하는 도전이란 점에선 대동소이한 작업이다.
<마녀들의 카니발>은 그중에도 별로 조명될 기회가 없던 '지역' 여성운동 역사를 정리하려는 야심 찬 기획이다. 이제 일정 규모가 되는 도시에는 여성운동 단체나 관련 활동을 못 찾기가 더 어렵지만, 의외로 기록 작업은 잘 이뤄지지 않거나 내부 구성원 경험적 회고와 단순 자료수집에만 그치는 게 태반이다. 그런 실태를 고려한다면, 이 영화의 도전은 시도만으로도 특기할 만하다. 과연 부산 여성운동은 어떤 역사를 쌓아왔을까. 이제 그 비밀의 문이 열릴 차례다.
부산 여성운동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