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추석 당일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최고의 명절 선물을 받았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6안타에 그치며 0-2로 패했다. KIA는 9월에 열린 11경기에서 타율 .524(45타수2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작은 거인' 김선빈이 3안타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5이닝7탈삼진 무실점의 김광현을 비롯해 5명의 투수가 이어 던진 SSG 마운드를 상대로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KIA는 같은 날 두산 베어스가 2위 삼성 라이온즈를 8-4로 꺾으면서, 남아있던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KIA는 잔여 7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팬들에게 정규리그 1위 소감 밝히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팬들에게 정규리그 1위 소감 밝히는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 ⓒ 연합뉴스


특히 지난 2월13일 10개 구단 최연소 사령탑으로 KIA에 부임한 이범호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라는 불안 요소를 이겨내고 부임 첫 해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구단 최초의 감독에 등극했다.

부임 첫 해 팀 우승 이끈 감독들

시즌이 끝나고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구단의 팬들은 대부분 경험이 많고 리그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베테랑 감독들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감독들은 긴 시즌을 치르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리그 역사를 보면 의외로 경험이 적은 초보 감독들이 패기를 앞세워 부임 첫 시즌부터 베테랑 감독들을 제치고 좋은 성적을 올릴 때가 적지 않았다.

2004년 현역 시절 은사인 김응용 감독 밑에서 삼성의 수석 및 투수코치로 한 시즌을 보낸 선동열 감독은 2005 시즌부터 삼성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선동열 감독은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지만 국내에서의 코치 경험이 지나치게 짧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삼성에 부임하자마자 오승환이라는 '괴물신인'을 발굴하면서 삼성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선동열 감독은 2010년까지 삼성을 이끌면서 최형우(KIA)와 박석민(요미우리 자이언츠 3군 육성코치),채태인 같은 유망주들을 발굴했고 2011년부터 류중일 감독(국가대표 감독)이 그 유산을 그대로 물려 받았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감독이 만들어 놓은 팀을 더욱 완성도 있게 다듬으면서 부임과 동시에 삼성을 4년 연속 통합우승과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야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재일교포 송일수 감독을 선임했다가 6위로 순위가 떨어진 두산은 2015 시즌을 앞두고 감독 경험이 전무한 김태형 감독(롯데 자이언츠 감독)에게 팀을 맡겼다. 현역 시절 수비형 포수로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김태형 감독에 대한 팬들의 믿음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두산 감독 부임 후 과감한 '빅볼'을 추구하면서 부임 첫 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KIA 정규리그 우승 견인한 최연소 감독

KIA는 작년 1월29일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 김종국 감독을 경질하면서 스프링캠프 출국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선장을 잃었다. KIA는 부랴부랴 진갑용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했지만, 어수선해진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KIA는 약 2주의 시간이 지난 2월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2년 9억 원의 조건에 팀의 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지난 8월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가운데)이 6-4 역전승을 거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가운데)이 6-4 역전승을 거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범호 감독은 2019년 현역 은퇴 후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KIA의 2군 총괄코치와 1군 타격코치를 역임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이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어린 나이와 경험부족'을 불안 요소로 지적했다.

이 감독은 취임 인터뷰에서 호기롭게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지만, 스프링캠프 중간에 부임한 40대 초반의 초보 감독이 내건 목표를 그대로 믿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이 내건 목표는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 다툼을 하던 KIA는 6월12일 LG트윈스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이후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될 때까지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KIA가 올 시즌 선발투수들의 줄부상과 나성범,최형우 등 중심타자들의 이탈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비결에는 이 감독의 '리더십'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 감독은 많은 야구팬들이 'KIA의 차세대 1번타자감'이라고 했던 김도영을 과감하게 중심 타선에 기용하면서, 김도영의 장타력과 해결사 본능을 극대화했다. 또한 확실한 주전 선수가 없었던 1루 자리에는 우타 이우성과 좌타 서건창, 트레이드로 영입한 변우혁 등을 골고루 기용하며 선의의 경쟁을 시켰다. 2004년생 좌완 곽도규를 셋업맨으로 성장시킨 것도 이 감독의 믿음에서 나온 결과였다.

이 감독은 부임 첫 해에 KIA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구단 최초의 사령탑이 됐다. 하지만 KIA팬들에게 제대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최종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부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1번의 시즌 동안 단 한 번의 준우승도 없는 '한국시리즈 불패'를 자랑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범호 감독은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전략을 들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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