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안방에서 kt를 꺾고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 더욱 불을 지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4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따냈다. 최근 10경기에서 3승7패로 부진하며 kt에게 1.5경기 뒤진 5위로 밀려났던 두산은 아닐 치열한 투수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5할 승률을 회복하고 4위 kt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줄였다(66승2무66패).

두산은 토종 에이스 곽빈이 5이닝2피안타5사사구5탈삼진 비자책1실점으로 시즌 13번째 승리를 따냈고 5개의 아웃 카운트를 책임진 김택연은 18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3회 중전 적시타를 때린 정수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두산은 이날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2017 시즌을 끝으로 두산을 떠났던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경기 및 은퇴식이었다.

 더스틴 니퍼트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관중들을 향해 은퇴사를 전하고 있다.

더스틴 니퍼트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관중들을 향해 은퇴사를 전하고 있다. ⓒ 두산베어스 제공


100승에 도달하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들

올해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투수 중 외국인 투수의 비중은 60%(9/15)에 달한다. 외국인 투수가 매년 각 구단 선발 마운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통산 100승 이상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는 니퍼트 한 명 밖에 없다. 이는 그만큼 니퍼트가 KBO리그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외국인 투수가 KBO리그에서 장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도 담겨 있다.

2002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2005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다니엘 리오스는 KBO리그에서 활약한 6년 동안 90승을 올렸고 22승5패 평균자책점2.07을 기록한 2007년엔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KBO리그에서 이룰 게 남아있지 않았던 리오스는 2008 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이적했지만 야쿠르트에서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출됐다.

KBO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승수를 올린 외국인 투수는 4개 팀을 거치며 8년 동안 활약했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헨리 소사였다. 2012년 KIA에 입단한 소사는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승률왕에 등극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LG트윈스 소속으로 4년 동안 40승을 올렸다. 그리고 2019년 SK 와이번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해 9승을 추가하며 통산 77승을 기록했다.

히어로즈가 자랑하던 '좌완특급' 앤디 밴 헤켄은 두 번에 걸쳐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며 6시즌 동안 통산 73승을 올렸다. 2012년 넥센에 입단해 2014년 20승을 비롯해 4년 동안 58승을 올린 밴 헤켄은 2016년 일본의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4패6.31로 부진한 끝에 그 해 7월 히어로즈로 복귀했다. 밴 헤켄은 2017년까지 15승을 추가한 후 2018년 대만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7월 중순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던 케이시 켈리(루이빌 배츠)도 통산 73승으로 밴 헤켄과 함께 역대 외국인 투수 다승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켈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LG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팬들로부터 '잠실예수'로 불렸고 작년에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5승8패4.51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5년 반에 걸친 한국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경기서 등판 기회 얻지 못한 니퍼트

2010년 14승을 기록했던 외국인 에이스 캘빈 히메네스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두산은 2011 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투수 니퍼트를 영입했다. 203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니퍼트는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던 '현역 빅리거'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그리고 니퍼트는 두산에 입단한 첫 해부터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현역 빅리거'의 위용을 뽐냈다.

한국에서의 첫 시즌 15승을 기록한 니퍼트는 2014년까지 4년 동안 52승을 올리며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5년에는 어깨와 허벅지 등의 부상으로 정규리그 6승에 그쳤지만 가을야구 5경기에서 32.1이닝2실점, 3승0.56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올리면서 두산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니퍼트는 2016년 22승3패2.95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견인하며 정규리그 MVP까지 휩쓸었다. 하지만 니퍼트는 2017년 정규리그 14승을 기록하고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5.1이닝7실점으로 무너졌고 시즌이 끝난 후 두산과의 재계약이 무산됐다. 2018년 Kt로 이적한 니퍼트는 그 해 6월29일 외국인 투수 최초로 100승 1000탈삼진 기록을 세웠지만 또 다시 시즌이 끝난 후 재계약이 불발됐다.

그렇게 니퍼트가 마운드를 떠난 지 6년, 두산을 떠난 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두산은 14일 kt와의 경기를 통해 니퍼트의 뒤늦은 은퇴 경기를 열었다. 이미 오래 전에 리그를 떠난 외국인 선수지만 니퍼트는 특별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 자격'으로 은퇴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양 팀의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한 한 점 차 승부가 끝까지 이어졌고 끝내 니퍼트가 등판할 기회는 없었다.

니퍼트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잠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역시 니퍼트가 '마지막으로' 실전 경기에 등판하는 장면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는 두산 입장에서는 1점 차 승부에서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비록 기대했던 마지막 실전 등판은 무산됐지만 야구팬들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던 니퍼트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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