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 자동차 화재가 났다. 이 사건으로 인근 주차 차량 42대가 전소됐고 45대가 반전소, 793대의 차량이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또한 주민들은 분진 등으로 인해 인근 대피소에서 생활해야 했다. 전기차 포비아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지난 10일 MBC < PD 수첩>에서는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은 청라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 이후 상황을 살펴보고 화재 당시 주차된 차의 블랙박스를 입수해 화재가 어떻게 났는지 등에 대해 취재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조윤미 PD를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기차 공포심 키울까 우려스러웠지만..."

 의 한 장면
의 한 장면MBC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저희 방송이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는 방송이 될까 봐 상당히 우려했습니다. 다만 화재가 났던 과정과 원인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최대한 차분하게 방송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많은 매체에서 보도가 됐었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관심을 가졌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취재하게 됐습니다."

- 주민 피해가 심하더라고요. 특히 25층에 가보니 집이 완전히 분진으로 싸여 있잖아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 가족도 화재가 진압된 후에 집에 들어와 보고 이게 지금 현실인가 믿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복도로 통하는 환풍구가 있었는데, 그 환풍구가 굴뚝 역할을 했던 것 같고요. 분진이 워낙 다량으로 발생하다 보니 꼭대기 층에 분진이 몰려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예상하더라고요."

- 저층에 피해가 더 갈 줄 알았는데, 고층에서도 피해가 컸네요.
"화염의 온도가 높을수록 분진이 위로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그래서 고층 세대의 피해로 이어졌던 거 같고요, 저층 세대 역시도 분진 피해는 컸어요. 그리고 저층 세대는 누수도 많았어요. 누수가 왜 생기나 했더니 주차장의 화재가 너무 커서 저층 세대의 몇몇 세대는 PVC 배관이 터졌다고 하더라고요. 집안에 갑자기 물이 새고, 천장 무너지고, 그 누수를 잡느라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 전기차 화재 후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요.
"화재가 난 후 (아파트에) 전기가 열흘 정도 안 들어왔었거든요. 전기 수도 난방 이런 설비들이 다 지하에 연결되어 있다 보니 화재가 나면서 한꺼번에 단전 단수가 되어 버린 거죠. 당장 분진 청소를 하려고 해도 물이 나와야 청소하고, 엘리베이터가 작동해야 물건을 버릴 수 있죠. 그 아파트가 30층까지 있거든요. 급한 대로 수도와 전기 복구 공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안전진단까지 마치고 나서야 청소가 진행되다 보니까, 주민들은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더라고요. 제가 만난 주민들 대부분은 집도 그렇게 난리가 났지, 차도 불에 타버려서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지,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으신 상황이셨어요. 화재 당일 날 어린 자녀들 데리고 대피하면서 다리가 부러진 주민분도 계셨는데 결국 수술하셨거든요. 근데 연기 흡입 피해는 화재 피해가 아니라며 보상도 받지 못하셨어요. 아들이 고3이라 책을 버릴 수도 없고 분진 가루 닦아가며 공부한다는 주민, 도배 비용을 받지 못해 자비로 도배하는 주민, 부동산 계약 파기 때문에 손해를 보신 주민 등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주민 피해가 어마어마합니다."

- 유독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차 화재에 비해 피해가 심한 걸까요?
"내연기관차 화재도 엄청 무섭습니다. 휘발유 탈 때 폭탄처럼 폭발해요. 내연기관차 화재 보시면 내연기관 차도 지하 주차장에 못 들어오게 해야 할 정도예요. 실제로 작년에 광양 아파트 주차장 화재 사건이나 재작년에 일곱 분이 돌아가신 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사건 등은 모두 내연기관차에서 일어난 화재였어요."

- 전기차가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볼 순 없는데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생겼어요.
"화재 진압 방법이 다른 건 맞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건 당연해요.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은 배터리에서 일어나요. 그런데 배터리는 외부에서 물을 들이붓는다고 꺼지지 않거든요. 일반 소화기로 진화도 안 되고, 결국 전기차를 수조에 빠뜨려서 배터리의 에너지가 다 소진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문제가 있는데 화재 진압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응책이 없는 건 아닌데 이번 화재로 대비가 불가능한 것 마냥 과도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선 화재 영상이 공개됐을 때의 파장을 생각했을 때 과연 블랙박스를 언론에 제공하는 게 피해 회복에 유리할지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셨을 겁니다. 며칠 간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몇몇 주민분들이 장고 끝에 블랙박스 제공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블랙박스를 먼저 확인해서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몇몇 분은 정비소 주소를 알려주시거나 폐차장 주소를 알려주시면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인천과 경기도의 여러 폐차장을 돌면서 파일을 받았고 그중 몇 개의 영상에서 화재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블랙박스를 보면) 화재가 시작된 당시, 지하 주차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더라고요.
"저도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두 가지 지점에서 놀랐는데요. 화재가 차에서 차로 번져나갔을 거로 생각했는데, 천장재를 타고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벤츠 전기차의 화력에 놀랐습니다. 오프 가스가 나온 지 20초 만에 자동차가 화염에 휩싸이는 것도 놀라웠고, 5분 만에 지하 주차장 전체가 검은 연기로 뒤덮이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인천 화재 주차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조윤미 PD
조윤미 PD조윤미 제공

- 블랙박스를 보니 몇몇 사람들이 소화기를 뿌리잖아요. 그런데 왜 불길이 안 잡혔을까요?
"배터리에 불이 붙었을 경우 사실상 일반 소화기로 화재 진압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 점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화재를 두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리튬이온용 소화기를 사용했다든가 소화전에서 호수를 가지고 갔더라면 양상이 달랐을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보기엔 불이 5분 만에 이미 최성기에 들어선 상태라 화재 진압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나면 천장에 있는 보온재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건가요?
"블랙박스에 찍힌 건 그렇습니다. 화재 전이 양상만 보면 내장재를 모두 불연재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문제는 불에 타지 않으면서 동파 방지용 보온 효과를 내는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모든 배관 설비들을 콘크리트 안에 넣고 노출을 막는 방법이 화재에는 가장 안전하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공사 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비용 증가 피해는 또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겠죠. 그래서 소방관계자들은 배관들이 스프링클러 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배관으로 불이 옮겨 붙을 일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

- 지하 주차장 가보셨던데 어땠나요?
"그냥 전쟁터, 재난 현장이었어요. '어디서 폭탄이 떨어지면 이렇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격이었죠. 마스크를 썼는데도, 분진이 엄청나서 촬영하고 이틀간 아파서 누워있었습니다."

- 벤츠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화재 실험을 하셨는데요.
"벤츠 동일 모델 차주분들을 만났는데,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어요. 'CCTV를 보니 차가 20초 만에 터지더라, 전조 증상 없이 그렇게 빨리 터지면 과연 탈출할 수 있겠는가? 너무 무섭다'라고요. 차주들은 내가 무섭다고 다른 사람 타라고 팔 수도 없는 처지라며 분개하셨는데, 차주분들의 입장이 너무 공감됐습니다. 차주들은 이 사건 보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계시는데 국토부에서는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만 하는 상황입니다.

저희라도 우선 벤츠 전기차 배터리가 왜 그렇게 한꺼번에 큰 화염을 뿜어냈을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고요. 전문가들과 함께 배터리 팩을 분해해 보고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벤츠 전기차는 배터리를 커다란 그릇에 많이 담는 방식인데요. 36개의 배터리가 하나의 모듈 안에 담겨있는 구조였습니다. 전문가분들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담는 방식은 운행 중의 흔들림이나 충격 등의 구조적 안전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화재가 날 경우에도 36개의 셀이 격벽 없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화재가 순식간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더라고요(기자주 : 이와 관련, 'PD 수첩'의 답변 요구에 벤츠 코리아 측은 "당사의 베터리 설계 방식은 업계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해당 설계는 수년에 걸쳐 입증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모듈 단위로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비교군을 위해 12개의 배터리셀이 하나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는 국산 제품과 비교를 해봤고요. 화재가 일어나자 두 개의 배터리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벤츠 전기차 배터리는 불이 붙자 특별한 전조 증상을 보이지 않고 갑자기 한꺼번에 터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스프링클러 너무 중요하지만, 전기자동차도 화재에 최대한 대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드는 일이 최우선 과제이겠지만, 현재 기술로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소방관이 출동하기 전까지 화염이 크게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화재 확산 지연 설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금산에서 있었던 실내 주차장 전기차 화재의 경우도 8분 동안 연기만 났지, 불길이 치솟지 않아 소방관이 화재 차량을 끌고 나가 진압하면서 별다른 피해 없이 끝났습니다. 저는 화재가 난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화재가 나더라도 소방관이 출동할 시간만큼은 벌어야 하는 거 아닌지, 그 점이 가장 중요해 보였습니다(기자주 : 벤츠 코리아 측은, 배터리 팩이 구조와 재질면에서 화재에 취약하다고 본다는 의견에 "모든 부품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을 뛰어넘는 엄격한 안전 요건이 적용되고 있다. 방화벽이나 특수소재 특히 온도에 강한 셀의 선정 등을 통해 화재가 배터리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다면.
"자동차 구조에 대한 얘기다 보니까 관련 전문가분들을 만나 뵙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전문가 그룹이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이 어려웠고요. 그래서 도움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죠. 다행히 취재가 진행되면서 자동차공학자분들과 업계 전문가분들의 자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은 1억이 넘는 차에 재료비를 아낀 거 아닌가라는 얘기들을 하셨어요. 셀이 격벽 없이 뭉쳐있는 모듈의 형태도 그렇고, 셀을 볼트로 꽉 조이는 형태가 아닌 납땜한 형태도 그렇고, 불연성 재질 대신 폴리카보네이트가 사용된 것도 그렇고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들이 보여서 아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차 역시 전기차 출시할 때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거라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현행 자가인증제의 한계도 분명하고요."

- 전기차 시대를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요?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아파트 주민들부터 동일 기종의 벤츠 전기차를 구매하신 차주분들까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 됐습니다.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 중이긴 하지만 그 이유는 제조사에서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벤츠 코리아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에 성의 있는 모습 보이기를 기대하며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번 화재 사건은 공동주택형 주거환경이 일반화된 우리 사회에서 전기차 화재가 불러올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공동주택까지 화재에 대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많은 숙제가 남았습니다."
조운미 청라아파트화재 전기차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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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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