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의 좌완 정현우가 202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영광을 누렸다.

올해 고교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정현우는 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다. 올해 주승우와 김인범, 전준표, 김인하 등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키움은 내년 정현우가 프로에서 경험을 쌓고 9월 안우진(사회복무요원)이 소집 해제가 되면 2026시즌부터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는 고교졸업 예정자 840명과 대학 졸업 예정자 286명,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6명, 트라이아웃 참가자 15명 등 총 1197명의 선수가 신청했다. 10개 구단은 11라운드까지 한 번의 '패스'도 없이 110명의 선수를 모두 지명했지만 그럼에도 올해 취업률은 단 9.19%에 불과했다. 물론 지명 순번이 문제인 대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에겐 입성조차 어려운 곳이 프로 무대라는 뜻이다.

최대어가 항상 신인왕을 독차지하진 않는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정현우(덕수고)가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정현우(덕수고)가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최대어'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최대어'로 불리는 선수가 다음 해 신인왕을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가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할 때가 적지 않다. 그리고 때로는 프로 입단 후 몇년 간 기량을 갈고닦으며 기회를 엿보던 '중고 신인'이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신인왕에 선정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2020년에는 그해 가장 많은 계약금(3억 6000만 원)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던 kt 위즈의 소형준이 루키 시즌 13승을 기록하면서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소형준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단 3경기 등판에 그치고 있고 그 사이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2년 차 시즌부터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통산 120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1년에는 KIA의 좌완 이의리가 '9억 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과 빅리그 진출을 포기한 야수 최대어 나승엽(롯데 자이언츠) 등을 제치고 신인왕에 선정됐다. 이의리는 2022년과 작년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KIA의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지만 지난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됐다. 대신 올해는 같은 해 입단했던 이승현(삼성 라이온즈)과 나승엽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지역 연고 드래프트였던 2022년에는 한화 이글스에 전국 지명을 받은 문동주가 5억 원, KIA에 입단한 내야수 김도영이 4억 원의 계약금을 받으면서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해 신인왕에 선정된 선수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으로 역대 신인 최다홀드 기록(23개)을 세운 두산 베어스의 정철원이었다. 물론 올 시즌엔 김도영과 박영현(kt) 등이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전면 드래프트가 부활했던 2023년에는 서울고의 강속구 투수 김서현(한화)과 경남고의 거포 김범석(LG 트윈스), 휘문고의 만능 내야수 김민석(롯데) 등이 프로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루키 시즌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받으며 성장한 문동주를 능가한 순수 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는 윤영철(KIA)과 김동헌(키움) 등이 부상으로 고전한 가운데 송영진(SSG 랜더스), 문현빈(한화), 곽도규(KIA) 등의 성장이 돋보였다.

'좌완 최대어' 정현우 선택한 키움

올해 이마트배와 황금사자기를 우승으로 이끈 덕수고의 좌완 에이스 정현우는 올해 고교 무대에서 8승무패 평균자책점0.75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로 48.1이닝 동안 7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프로 입단 당시 '완성형'으로 불리던 윤영철(KIA)이나 황준서(한화)보다 한 단계 앞선 선수로 평가 받는 만큼 당장 내년 시즌부터 1군에서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이 정현우를 지명한 덕에 한화는 2022년의 문동주, 2023년의 김서현에 이어 또다시 고교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전주고의 파이어볼러 정우주를 지명할 수 있었다.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강속구를 던지며 정현우와 투수 최대어 자리를 양분한 정우주는 내년 대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단 아직 구종이 단순한 편이라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먼저 시작할 확률이 높다.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삼성은 전면 드래프트임에도 대구에서 나고 자란 '로컬보이' 배찬승을 지명하는 행운을 누렸다. 올해 이승현이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 잡은 만큼 배찬승이 삼성에 입단해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삼성은 젊은 토종 좌완 원투펀치를 거느릴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빠른 구속을 던지는 만큼 배찬승 역시 프로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롯데는 광주일고의 좌완 김태현을 지명했다.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정현우, 배찬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구속이 느리지만 프로에서도 흔치 않은 빠른 공의 회전수를 자랑하며 올해 54.2이닝 동안 8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과 이름이 같은 덕수고 우완 김태형은 전체 5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상대적으로 우완 선발이 약한 KIA에서는 김태형이 선발 투수로 성장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5순위까지 모두 투수가 지명된 가운데 두산은 전체 6순위로 덕수고의 내야수 박준순의 이름을 불렀다. 은퇴가 임박한 김재호를 비롯해 허경민, 강승호 등 30대가 많은 두산 내야에서 세대교체 주역이 돼야 할 기대주다. 1986년생 이지영이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로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SSG는 고교무대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강릉고의 포수 이율예를 전체 8순위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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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정현우 정우주 배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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