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손준호

수원FC 손준호 ⓒ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선수 손준호에게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중국축구협회(CFA)는 10일 프로 리그 불법 도박, 승부조작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자 61명에 대한 징계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국인 선수 손준호도 포함됐고, 중국축구협회가 내린 최종 징계는 충격적이게도 '영구 제명' 처분이었다.

손준호는 2014년 프로에 데뷔해 포항-전북 등에서 활약했으며 2020년에는 K리그1 MVP까지 수상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A매치 20경기에 출전하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멤버로 활약한 정상급 미드필더였다.

2021년 중국 프로축구로 진출한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지난 2023년 5월, 중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억류되며 돌연 형사 구금됐다. 국가대표급 선수가 해외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수감된 것은 사상 최초였기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 당국이 손준호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알려졌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거나 중국 리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손준호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내내 강하게 부인해왔다.

중국에서 장기간 구금된 손준호는 올해 3월 돌연 극적으로 풀려나 귀국했다. 이후 손준호는 한국으로 돌아와 올해 4월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정식 선수 등록을 허용받았고 K리그1 수원FC에 입단하며 다시 프로선수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지난 8월 18일 울산HD를 상대로는 자신의 복귀 골이자, 수원FC 데뷔골을 넣기도 했다. 당시 손준호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한국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끝까지 응원한 가족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는 소감으로 축구팬들을 뭉클하게 한바 있다.

손준호가 선수생활을 재개하면서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9월 A매치 명단 발표 당시 손준호를 제외했다. 홍 감독은 그 이유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중국과 관련해 '리스크'라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언급한 바 있다.

리스크는 바로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구 제명은 해당 축구협회가 소속 구성원에게 내릴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다. 만일 국제축구연맹(FIFA)마저 이 징계가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회원 협회인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다면, 앞으로 손준호는 대표팀와 K리그는 물론 프로 선수로서의 모든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손준호의 무고함을 확신하고 그를 영입한 수원FC나 대한축구협회 역시 덩달아 난처한 지경에 놓이게 됐다.

손준호는 이제라도 대중들 앞에서 나서서 중국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솔직하게 분명히 밝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스포츠 중재재판소(CAS)로 가서 항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적인 갈등으로 비화되며 제 2막에 접어든 손준호 사태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축구팬들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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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중국축구협회 영구제명 FIFA 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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