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을 명분으로 아내에게 과도한 강요 및 감시를 일삼는 남편, 이 때문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빠져버린 아내, 두 부부는 과연 화해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는 '갓생부부'의 최종 이혼 조정 이야기가 그려졌다.
고산-황보라 부부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극 치료에 돌입했다. 자기 확신이 강한 남편에게는 아내에게 공감해 주는'착한 마음'과 남편의 평소 성향을 반영한 '나쁜 마음'이 남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거울 치료가 진행했다.
갓생 강조한 남편
하지만 심리극에도 남편은 착한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공감도가 아예 없다"고 고백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아내를 힘들게 한다는 것은 인지하면서도 "이 순간만 버티면 다음 계단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며 책에서 본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심리극 전문가는 "책에 나온 내용이 모두 맞지는 않다. 사람마다 올라가는 계단이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며 "남편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착한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꾸어 남편이 '착한 마음'의 역할을 맡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기 역할에 몰입하지 못하고 이번에도 자꾸만 본래의 마음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는 물론 함께 출연한 다른 부부들조차도 남편의 옹고집에 고개를 내저으며 숨이 턱턱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는 "다른 마음을 하나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남편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에 남편은 "아내는 (자신 덕분에) 좋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는 "그것은 남편의 착각일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스스로의 성취감에 도취된 남편은 여전히 아내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켜보던 아내는 "진짜 저러면 더 이상 (결혼생활을) 못할 거 같다.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며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남편이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반면 남편은 "고비를 넘어갈 때마다 확실한 성과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 저도 40대가 두렵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면 진짜 미칠 것 같다"고 극명한 동상이몽을 드러냈다.
"우울증 이겨내라"는 남편
심리극을 마치고 출연자 세 부부가 모두 모여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갓생 남편은 여전히 '갓생라이팅'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열변을 이어갔다. 시댁 부부와 투견 부부조차 "사이비 종교 교주 같다"고 혀를 내두르며 "아내에게 강박을 주지 말고 칭찬을 주라"고 조언을 전했다.
한편으로 다른 출연자는 지나치게 소심한 갓생 아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자기 주장을 너무 펼칠줄 모른다"고 꼬집으며 "투견 아내가 '마라탕, 내가'짬뽕'이라면, 갓생 아내는 '고구마'"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부부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부부들은 각자 다른 문제를 가진 부부들에게 자신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 조언을 아낌없이 전하며 서로의 아픔에 공감했다.
갓생 부부는 최종 이혼 조정을 앞두고 실제 전문 변호사와 각자 따로 법률 상담 시간을 가졌다. 현실적인 재산분할이나 귀책 사유 등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서 부부의 반응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이혼 시에 자신에게 책정될 재산분할이 많아야 30~40%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남편은 평소에 바람피우는 것만 아니면 전 재산을 다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다"고 밝혔지만, 변호사는 "그렇게 말해도 실제 이혼 시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남편의 마음이 어떻게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이혼에 대한 귀책 사유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강요'는 이혼 사유가 될수 있을까. 이에 아내 측 변호사는 "애매하다"고 신중한 답변을 한 반면, 남편 측 변호사는 "이혼 사유가 안 된다"고 자신했다.
남편이 홈캠으로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상적으로 점검하는 가하면, 가계부 작성과 영어 공부를 강요했던 문제들이 거론됐다. 남편은 "모두 아내를 위하여 한 일"이라는 취지로 변명했다.
하지만 남편 측 변호사조차도"그런 걸 바로 '감시'이고 '불심검문'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남편은 강요에 대한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어쨌든 아내가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부부는 최종 조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책에서 읽은 명언들을 늘어놓으며 "우울증도 이겨내야 한다. 인생 자체가 고통이라고 하더라. 아무 이야기도 듣지 말고 내 이야기만 들어라. JUST DO IT(할수 있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아내는 "내가 무슨 아이돌이냐, 체중계 검사하지 마라. 영어 공부는 혼자하고 가계부 검사는 시켰으면 믿고 맡겨달라"며 그동안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처럼 속 시원하게 고백했다.
남편의 프레임이 답답한 아내
갓생 부부의 최종 조정에 돌입했다. 아내 측 변호인은 영어 공부와 체중 관리 등 남편의 일방적인 강요와 통제적인 언행을 문제 삼았다. 남편 측은 아내에게 필요하지 않았으면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한 원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내 측은 "이것이야말로 아내를 철저히 배제한 남편 위주의 사고"라고 직격했다.
이에 전문가인 배인구 조정장은 "두 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로 실제 법원에 가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이혼으로 겪게 될 현실적 부분을 먼저 자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정작 양육권과 재산분할 등 민감한 현실적 문제들은 의외로 큰 갈등없이 속전속결로 원만한게 협의가 끝났다. 희망을 발견한 조정장은 "합의사항대로 이혼하겠는지, 아니면 이혼을 유예하고 다시 맞춰나갈지" 양측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남편의 일상적인 생활 속 통제와 강요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협의에 진통을 겪었다. 남편은 이번엔 체중 관리를 안 하는 대신, 러닝 거리를 두 배로 늘리자는 황당한 제안을 내놓았다. 놀란 아내는 "지금도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으며 남편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남편은 과도할 만큼 아내의 관리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하여 "아내는 항상 힘들다고 쉽게 포기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주고 싶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아내 측 변호인은 "그것을 대체 왜 깨야 하는 건가?"라며 남편의 끊임없는 통제 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남편은 "이게 교육이니까, 우리 자식이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엄마가 쉽게 포기한다는 걸 안다"라고 주장했다.
듣고 있던 서장훈은 어이없어하며 "남편이 자식들에게 맨날 그렇게 이야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포기하는 엄마'는 남편이 씌운 프레임일 수도 있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아내 측 변호인은 "남편은 여기서나 아이들 앞에서나 늘 '엄마는 포기를 많이 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부모를 본받기 위한다면 과연 그런 말이 도움이 될까? 부모가 서로에게 부정적으로 대하는 말보다는 사랑과 믿음을 담은 말이 필요하다"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비로소 남편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긴 시간 끝에 조정을 마치고 양측은 마침내 합의에 도달했다. 다행히 남편은 아내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부부가 이혼을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 캠프를 마친 아내는 "남편이 조정에서 그래도 많이 양보해 줬다. 남편의 변한 모습에서 희망을 봤고 많은 걸 배웠다"는 소감을 전하며 다소나마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 역시 "캠프에 있으면서 아내가 많이 울었다. 이런 부분을 내게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문제여서 말을 못 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속내를 전하며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저희 부부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캠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소감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한편, 갓생부부는 '이혼숙려캠프' 출연 전, 다수의 예능에 같은 사연으로 출연해 주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은 지난 7월 KBS 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같은 고민으로 출연했고 지난 2019년 KBS2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 '인간극장'에도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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