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는 '건강'이다. 모임에서 오가는 대화 중 상당 부분은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저속 노화'와 같은 새로운 건강의 패러다임과 좋다는 신종 영양제가 화두에 오른다.

개인적으로 사십 대 중반부터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었다. 살이 쪘다 싶은 정도는 아닌데도 건강 검진을 하면 '내장 지방'이 많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았다. 남들보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억울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 게 혈관 건강을 위해서도 차라리 낫다"는 의사의 말에 설득돼 콜레스테롤 약을 먹기 시작한 게 벌써 몇 년이다.

이 후 반년마다 검사를 한다. 약을 먹으니 콜레스테롤 수치는 괜찮은데, 야금야금 당뇨 수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의사는 "나이 들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차라리 약을 먹으면 수치는 괜찮아지니 맘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콜레스테롤에 이어 당뇨 약이라니... 가족력이 있기에 긴장감이 있었는데, 막상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우울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내 식습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나이가 되면 된장국에 나물 반찬, 생선구이 정도면 건강한 밥상 아닌가. 거기에 싱싱한 과일은 빠질 수 없지. 가급적 고기는 멀리하려고 하는데, 이런 내 밥상에 이의를 제기한 건 아이들이었다. 이른바 MZ세대인 아이들은 단백질 중심의 식사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말이 한정식이지 나트륨 범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기에 엄마가 즐기는 제철 과일이 혈당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유튜브에서 찾은 건강한 한 끼

 무니키친

무니키친 ⓒ 유튜브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차리던 밥상, 내가 먹던 식습관이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지 답답했다. 궁하면 유튜브라고,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해법을 찾아봤다.

유튜브 속 먹거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맛집 소개에서부터, 각종 요리의 비법까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산해진미가 그곳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막상 내게 맞는 해법들은 쉽지 않았다. 여러 스님들의 레시피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비건을 하겠다는 건 아니니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무니키친>을 만났다. 약 14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최문정씨가 운영하는 유튜브다. 어릴 적 당뇨를 앓는 어머니를 둔 덕에 일찍이 당뇨식에 눈을 뜨게 됐고, 14살부터 본인의 고혈당으로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했었다니. 2012년 요리대회에서 수상하고 이후 블로그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의 요리는 '저탄수, 당질 제한 레시피'였다. 밥이라 해봐야 그녀의 표현대로 종이 씹는 맛이 나는 오트밀이나 곤약밥인 경우가 많다. 그 맛없는 밥이 그녀의 기기묘묘한 요리를 통해 맛있는 한 끼의 식사로 변신한다.

'살도 빠지고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게 되는 양배추 요리 8가지', '살 빠지고 맛있어서 매일 먹기 좋은 두부 요리 12가지', '매일 먹고 싶은 다이어트 김밥 12가지' 이런 식이다. 20여 분의 영상 동안 하나의 식재료가 그녀의 손을 통해 무궁무진한 요리로 변모한다.

저탄수, 당 제한을 신경쓰는 그녀의 요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건 토마토, 양배추, 당근, 계란, 두부 등이다. 거기에 제철 감자, 브로콜리, 단호박, 가지 등이 찬조 출연한다. 찌고, 볶고, 무치고 , 양배추 하나로 그렇게 다양한 요리가 가능했는가 싶게 여러 요리로 재탄생한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건 다이어트식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다. 마치 접착제처럼 모든 야채 요리를 어우러지게 하는 데 계란만 한 게 없다. 두부는 반찬이 아니라 주식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비건이 아닌 만큼 다양한 단백질 재료들도 등장한다. 다이어트의 벗 닭가슴살이 감칠맛 나는 콩나물 겨자무침이 되고, 대파와 함께 구웠는데 배달 치킨보다 맛있어 보이는 닭구이가 탄생한다.

다지고 볶고 지지고

 무니키친

무니키친 ⓒ 유튜브


'무니키친'을 즐겨 보게 되니 알고리즘에 여러 건강 유튜브가 추천됐다. 덕분에 다양한 건강 요리의 세계에 눈을 떴다. 건강이라고 하면 학교 공부하듯 딱딱할 거 같지만, 각종 재료를 다지고 볶고 요리하는 과정은 때로는 넋을 놓고 지켜보게 될 만큼 중독성 있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더니, 양배추나 당근이 몸에 좋은 줄은 알았지만 내가 그 재료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심지어 양배추 요리라며 마요네즈 범벅으로 건강한 건지, 아닌 건지 묘한 샐러드를 만들곤 했다. 그런데 '무니 키친'을 보다 보니 기존 한정식 위주 밥상의 패러다임에서 점차 자유로워졌다.

잡곡밥 한 숟가락에 양배추랑 당근 채를 썰어 두부를 깍둑 썰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그리고 계란 스크램블을 해서 얹으면, 요즘 내가 즐겨 먹는 아침 한 끼가 탄생한다. 저녁때는 부담스러운 탄수화물 대신 가지볶음에 담백하게 구운 소고기 한 접시로 만찬을 즐긴다.

그저 야채라면 나물이 최고라던 내가 올리브유에 소금, 후추, 홀그레인 머스터드만 약간 쳐서 만든 당근라페의 맛을 알게 됐다. 이런저런 건강 요리 유튜브를 섭렵하다 보니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가 별 건가, 두부를 갈아 만든 고소한 샐러드를 마요네즈 대신 사용하는 요령도 생겼다.

물론 여전히 주말이면 짜파게티 한 그릇을 즐기고, 친지들과 맛집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주중 하루에 한 끼라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더니, 당화혈색소가 50 초반까지 떨어져 의사가 놀랐다. 무엇보다 각종 양념으로 범벅이 된 음식만 잘 차려진 한 상으로 여기던 내가 단순하고 담백한 한 끼의 맛을 알게 됐다. 요리하는데 들어가던 시간이 절약된 건 생각지 못한 보너스다.

 무니키친

무니키친 ⓒ 유튜브



무니키친 유튜브 저속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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