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마침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 나설 '홍명보호 2기'의 첫 번째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대체로 팬들 사이에선 '일단은 무난한 선발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손흥민의 주장 재신임을 비롯해 검증된 유럽파와 기존 주전급 선수들이 신임 감독 체제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키운 가운데, 2006년생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양민혁을 필두로 황문기, 최우진, 이한범 등 처음 태극마크를 단 '새 얼굴'들도 일부 수혈되며 신구조화를 시도한 것이 돋보인다. 특히 주목받았던 K리거 선발의 경우, 최근 경기력이 좋았고 일찌감치 뽑힐 것이라고 예상되던 선수들이 큰 이변 없이 대부분 발탁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 시절에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과거 '의리축구'의 기시감 느꼈다는 것.
실제로 이번 대표팀 선발 명단을 보면 홍명 감독과 인연이 있는 '울산 라인' 선수만 무려 10명에 이른다. 조현우, 김영권, 이명재, 정우영, 주민규는 모두 현역 울산 선수들이고, 설영우, 정승현, 박용우, 이동경, 오세훈은 현재는 팀이 바뀌었지만 과거 울산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박용우와 정승현은 전임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끌었던 지난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고 이후 대표팀에서 멀어지는 듯 했으나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귀환했다. 김영권 역시 이번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지만 대표팀에 뽑혔다. 김영권은 홍 감독과는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줄곧 함께했던 의리축구 '원조' 멤버이기도 하다.
이밖에 K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이승우같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걸 지적하는 여론도 있었다.
핵심 과제는 '세대교체'
그러나 울산 라인 중 조현우, 주민규, 설영우, 정우영 등은 어차피 홍 감독이 사령탑이 아니었다고 해도 당연히 발탁됐을 현 대표팀 주축 멤버들이다. 이동경 역시 김천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시즌 초반 울산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줬기에 대표팀에서 다시 활용해볼 만했다. 박용우와 오세훈은 현재 대표팀이 전문 홀딩 미드필더와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권은 분명 최근 폼은 좋지않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만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다. 홍 감독만이 아니라 슈틸리케, 신태용, 벤투, 클린스만 등 다른 역대 대표팀 감독들도 모두 주전으로 중용했을 만큼 검증된 선수다. 김민재의 폼이 최근 좋지않은 상황에서, 홍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수비진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로 김영권을 낙점했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선택은 아니다.
그는 각종 논란 속에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다. 최대한 빠른 승리로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이 시급한 가운데 굳이 첫 선발부터 무리한 실험보다는, 자신이 가장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변화를 모색하려고 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