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예란 에릭손

스벤-예란 에릭손 ⓒ AFP=연합뉴스


세계적인 축구 감독 스벤-예란 에릭손이 7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에릭손의 자녀들은 성명을 내 "우리의 아버지 에릭손은 집에서 평화롭게 잠들었다"라며 "아버지는 자신의 병과 용감하게 싸웠지만,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라고 밝혔다.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 감독은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며 남은 시간이 1년 정도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모셔온 외국인 사령탑

에릭손 감독은 1977년 스웨덴 구단 데게르포르스를 맡으며 지도자로 데뷔해 2019년 필리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40여 년이나 현역 감독으로 활약했다.

두 번째로 맡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1981-198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이끌며 이름을 알린 에릭손 감독은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로 옮겨 리그 우승 3차례, 유러피언컵 준우승, UEFA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1984년에는 이른바 '빅리그'인 이탈리아로 옮겨 AS로마, 삼프도리아, 라치오를 이끌었다. 특히 라치오에서는 리그 우승, 이탈리아컵과 유러피언컵 등 7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프로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에릭손 감독은 2001년 1월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당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16강 탈락하고, 2002 한일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고전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접고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에릭손 감독은 2001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독일과 원정 경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5-1 대승을 이끌며 분위기를 바꿨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남을 엄청난 승리였다.

이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한 잉글랜드는 2002 한일 월드컵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잇따라 8강에 올랐다.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스티븐 제라드, 웨인 루니 등 '황금 세대'를 이끌었던 만큼 더 좋은 성과를 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에릭손 감독은 6년간 잉글랜드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덧 전성기가 지나고 유럽 무대에서 밀려난 에릭손 감독은 중국 구단과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필리핀 대표팀 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경력을 이어갔다.

투병하며 축구 팬들과 작별 인사... "좋은 삶 살았다"

그러나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그는 라치오, 삼프도리아 등 자신이 지휘했던 구단들의 경기를 방문하며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에릭손 감독의 축구 인생을 다룬 아마존 제작 다큐멘터리 영화 <스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은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삶이 끝나는 날, 죽는 날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삶은 죽음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그래,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미안해하지 말고 웃으세요. 당신을 돌보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였던 오언은 에릭손 감독에 대해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며 "축구계의 모든 사람이 그를 매우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에릭손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다"라며 "그가 수년간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엄청난 공헌을 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은 "에릭손 감독은 위대한 혁신가이자 아름다운 축구 대사였다"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유족과 지인들을 위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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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손 잉글랜드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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