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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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예술가의 초상'은 예술가 본인은 물론 주변인물, 전문가의 다층적인 목소리를 통해 예술가의 모습을 완성해 가는 부문이다. 올해는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가 출품됐다.
르 코르뷔지에란 이름은 건축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 아닐까. 가장 대표적인 현대 건축 거장 중 한 명이니 말이다. 개방된 일층을 뜻하는 필로티, 옥상정원, 수평창 등 오늘날 현대 건축에서 보편이 된 개념을 연 인물이다.
'인간을 위한 건축'이라는 그의 사상이 녹아든 파리의 스위스학생회관, 마르세유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롱샹 성당, 리옹의 라 투레트 수도원이 대표작들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주로 활동했던 르 코르뷔지에, 그런데 그의 일생일대의 역작은 뜻밖에도 이역만리 인도에 있다. 그것도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도시 찬디가르가 그곳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는 바로 서방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동양의 도시 인도 찬디가르에 펼쳐보인 사상과 궤적의 역사를 추적한다.
위대한 실험, 찬디가르
1947년 인도는 해방됐다. 하지만 힌두교, 시크교 등의 종교로 국가는 갈라졌고,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100만 명이 목숨을 잃으며, 1500만 명의 집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메마른 땅과 고갈된 들판뿐. 오랫동안 간디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자와할랄 네루가 수상이 됐다. 네루는 그가 꿈꾸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는 신도시로서의 수도를 만들겠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새로운 관점에 걸맞은 건축가로 르 코르뷔지에를 초빙했다.
1952년 모든 것을 철거하고 '무'에서 시작한 르 코르뷔지에는 더 공정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의 생각을 도시로 풀어 내고자 했다. 우선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연과 하나되는 거대한 호수를 조성했다. '웅장한 하늘 아래 펼쳐진 조용하고 조용하게 느리게, 조화롭고 부드러운'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그의 역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아름다운 도시에는 많은 공원이 있다. 1/3이 나무다. 도시의 건물은 나무와 공존한다. 아예 법으로 벌목을 금지하고, 건물조차 나무를 감싸도록 정했다. 어디 자연뿐일까. 도시는 보행자 중심으로 건설됐다. 도보가 거리 측정의 기준이 됐다. 또한 4개의 큰 도로는 분홍, 노랑, 보라 등의 꽃 색깔로 구분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