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의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각) 에버튼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토트넘 훗스퍼의 캡틴' 손흥민이 개막전의 부진을 날리는 골폭풍을 신고하며 건재를 증명했다.
2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EPL 2라운드 에버턴FC와의 홈 개막전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에버턴을 4-0으로 대파했다.
지난 1라운드에서 승격팀 레스터시티와 1-1로 비겼던 토트넘은 에버턴을 완파하고 시즌 첫 승리를 신고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개막전의 부진으로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리그 5위에 그치며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와 무관에 그쳤던 토트넘은, 2024-25시즌 1라운드부터 승격팀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인 17골 10도움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던 손흥민은 레스터전에서 익숙한 왼쪽 윙어 자리로 출전했음에도 고작 슈팅 1개(유효슈팅 0)에 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이 개막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자 다수의 영국 언론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거 혹평을 쏟아냈다. <풋볼365>는 "손흥민이 그동안 토트넘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다. 선발로 뛸 자격이 부족하고, 방출해야 할 할 선수가 될 수있다"며 저주에 가까운 악평을 늘어놓았다. <BBC>에 패널로 출연한 토트넘 출신 평론가 제이미 오하라는 "레스터전 전반전에 부진했던 손흥민은 후반에 곧바로 뺐어야 한다"고 비판했으며 <HITC> 역시 "손흥민도 이제 32세다. 더 이상 손흥민에게 의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영국 언론들의 '손흥민 흔들기'는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 이밖에도 다수의 매체들이 베테랑이 된 손흥민의 개막전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기량의 하락세 조짐을 드러내는게 아니냐는 뉘앙스의 의구심을 제기했다.
레스터전 파장은 에버턴전까지 이어지며 토트넘에게 고민을 안겼다. 올여름 최전방 공격수로 야심차게 영입한 도미닉 솔란케는 첫 경기부터 부상을 당하며 에버턴과의 2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게 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히샬리송 역시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실전 감각이 온전하지 않았다. 프리시즌에 실험했던 데얀 쿨루셉스키의 원톱 카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고심 끝에 결국 다시 한번 손흥민 원톱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팀 사정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와 윙어 역할을 번갈아가며 수행했다. 스트라이커로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이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장단점이 분석되며 고전한 바 있다.
다행히 손흥민은 이날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고 멀티골까지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시즌 포스트플레이와 몸싸움에 능하지 못한 손흥민을 중앙에 두고도 좌우 크로스에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전술을 지적받았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스트라이커 손흥민 활용법'에 다소 변화를 준 것이 적중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 머무르기보다는 수시로 2선을 내려와 공격 전개를 돕거나 상대 수비수들을 유인해 동료들이 침투할 수 있는 뒷공간을 만들어주는 '제로톱'에 가까운 약속된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공격수임에도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전방압박으로 에버턴의 빌드업에 부담을 줬다.
손흥민의 시즌 첫 골도 성실한 전방압박에서 비롯됐다. 토트넘이 이브 비수마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전반 25분, 손흥민은 볼처리가 길었던 에비턴 골키퍼 조던 픽포드를 강하게 압박했고 실수를 유발하며 공을 가로채 그대로 골문에 가볍게 밀어넣으며 1호골을 터뜨렸다.
두 가지 포지션에서 연이어 골을 터뜨렸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후반 21분 히샬리송이 쿨루셉스키와 교체돼 최전방에 투입되자, 손흥민은 익숙한 왼쪽 윙어로 복귀했다. 측면에서도 여전히 공격의 중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손흥민은 후반 32분, 미키 판더펜의 패스를 이어받아 픽포드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는 기술적인 슈팅으로 자신의 멀티골이자 팀의 마지막 골까지 뽑아냈다.
토트넘은 후반 26분 터진 로메로의 골을 더해 에버턴을 압도하며 네 골차 완승을 거두고 시즌 첫 승으로 1승 1무(4점)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에버턴을 상대로 홈에서만 4연승을 거두며 극강의 모습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에버턴 상대로만 통산 7골 6도움을 터뜨리며 천적의 면모를 이어갔다. 또한 EPL에서만 통산 122골를 기록한 손흥민은 스티븐 제라드(120골), 로멜루 루카쿠(121골)를 넘어서며 역대 통산 득점 단독 21위에 등극했다. 123골로 공동 19위에 올라 있는 라힘 스털링(첼시), 드와이트 요크(은퇴)를 단 1골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손흥민에 가혹한 비판을 쏟아냈던 영국 매체들은 일제히 찬사로 돌아섰다. BBC는 "손흥민이 두 골을 넣으면서 무기력한 에버턴을 격파했다"며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다수의 매체들도 손흥민에게 경기 최고평점을 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 손흥민은 항상 비난과 의구심이 쏟아질 때마다, 말이 아닌 실력으로 화답하며 본인의 가치를 증명했다. 누가 뭐라하든 손흥민은 여전히 월드클래스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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