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논란 속에 출범한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호'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홍 감독은 8월 2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9월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A매치 2연전을 위한 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축구는 9월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1차전을, 10일 오후 11시 오만 원정으로 2차전을 치른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첫 2연전을 반드시 잡아야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해진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A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정확히 10년 2개월만의 사령탑 복귀전이기도 하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 울산HD 감독을 맡고 있던 지난 7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전격 발탁됐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당초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축구협회는, K리그 현직 감독이던 홍명보 감독에게 사실상 간청하여 지휘봉을 떠넘기는 식으로 특혜 논란을 자초했다.

홍 감독도 당초 대표팀 감독으로 가지 않겠다던 본인의 약속을 180도 뒤집으며 팬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홍 감독을 뒤늦게 기자회견을 통하여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홍명보호는 안팎으로 쏟아지는 비판속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출범해야 했다.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대표팀 2기를 시작하게 된 홍명보 감독은, 오직 성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홍 감독은 지난 21일 내국인 코치진으로 박건하, 김동진, 김진규 코치를, 외국인 코치로 포르투갈 출신 주앙 아로소, 치아구 마이아 코치를 영입하며 비로소 코칭스태프 구성을 완료했다.

이제 관심은 홍명보호 2기의 첫 선발명단에 쏠리고 있다.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홍명보호 1기 시절에 비하여 선수명단은 크게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본 선수는 당시 막내에서 주장으로 성장한 손흥민 정도다.

홍 감독은 일단 대표팀의 주장으로는 변함없이 기존의 손흥민을 낙점했다. 2018년부터 주장직을 역임한 손흥민은 어느덧 대표팀 최장수 캡틴이 됐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있는 동안 유럽파의 숫자는 10년 전보다 훨씬 증가했고 그 수준과 비중도 더 높아졌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희찬 등 유럽파 핵심선수들은 홍명보호 2기에서도 변함없이 전력의 중추로 중용될 전망이다.

관건은 K리거 선발이다. 홍 감독은 1기 시절에는 유럽파에 비하여 국내파를 차별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홍 감독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10년 전에는 경험이 부족했고, 선수들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감독을 하면서 경험이 쌓였고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변화를 약속한 바 있다.

새로운 대표팀 명단은 앞으로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A대표팀의 방향성과 색깔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홍명보 감독이 강조해온 '한국축구기술철학'(MIK·Made In Korea)의 정체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이번 선발을 통하여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축구팬들은 과연 홍 감독이 어떤 K리거를 발탁할지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리틀 손흥민'으로 불리우는 양민혁(강원)이다. 최근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입단게약을 맺으며 화제가 된 양민은, 올 시즌 소속팀 강원의 선두 돌풍으로 이끌며 K리그1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등극했다.

18세의 양민혁은 현재 8골(7위) 5도움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넘겼고. 지난달에만 리그 5경기에서 3골 1도움을 폭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7월 이달의 선수, 영플레이어, 이달의 골 상을 독식하는 개인상 3관왕에 올랐다. 필드 플레이어가 받을 수 있는 상을 모두 쓸어 담았다. 특히 이달의 선수상은 '역대 최연소(만 18세 3개월)'수상이었다.

만약 양민혁이 홍 감독의 선택을 받는다면, 만 18세 132일에 A대표팀 태극마크를 처음 달게 된다. 이는 한국축구의 레전드로 불리우는 손흥민(18세 152일)이나 최순호(18세 134일·수원FC 단장)보다도 더 빠른 기록이다. 물론 현재 대표팀에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등 유럽파를 중심으로 한 2선 자원이 워낙 풍부한 탓에 출전 기회를 잡을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세대교체나 선발 공정성 차원에서 양민혁이 대표팀에 승선할 자격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코리안메시'이승우의 7전 8기 대표팀 도전 역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수원FC에서 전북 현대로 이적한 이승우는 올시즌에만 10골 2도움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감각을 뽐내고 있다. 인천 무고사(13골)와 FC서울 일류첸코(12골)을 제치고 국내 선수로는 강원 이상헌과 최다골 타이다. K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2022년부터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최근 A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2019년 6월 이란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벤투-클린스만 등 외국인 감독만이 아니라 임시감독이었던 황선홍-김도훈 같은 한국 선수들을 잘 아는 국내파 감독들도 이승우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대표팀에서는 이승우의 포지션 중복과 플레이스타일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리그에서 상대팀 감독으로 꾸준히 이승우의 활약을 지켜본 홍명보 감독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주민규의 대표팀 재승선 여부도 변수다. 주민규는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외면받아왔으나 올해부터 황선홍-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 늦깎이 국가대표로 데뷔하여 A매치 득점까지 기록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황의조(개인사)와 조규성(부상)의 이탈로 대표팀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것과, 홍명보 감독이 최근까지 울산 HD의 사령탑을 지내며 누구보다 주민규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대목이다. 반면 주민규가 올시즌 8골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4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지난 경기에서는 비매너 행위로 퇴장을 당하는 등, 최근 폼이 떨어졌다는 게 변수다. 34세가 된 주민규가 2년 뒤로 다가온 월드컵까지 에이징커브 없이 기량을 유지할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비와 중원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의 대거 수혈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양민혁과 함께 강원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황문기는 올시즌 포지션 변경 이후 K리그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부상했다. 황문기는 최근 유럽무대로 진출한 설영우와 함께, 한동안 인재부족에 시달리던 대표팀의 풀백난을 해소해줄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도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정호연(광주FC), 이동경, 김대원(김천) 등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국에서 돌아온 후 부활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주말 열리는 K리그1 28라운드 일정을 관전한 뒤 최종 대표팀 선발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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