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텔로> 공연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베르디 작곡의 '오텔로'는 성악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반주도 상당히 어려운 편에 속한다. 2013년 국립오페라단 '오텔로'에서 연주했던 국립심포니는 이번 카를로 리치와의 작업에서 한층 깊이 있고 정확한 음향을 냈다. 노이오페라코러스는 1막 시작과 2막 피날레 등에서 훨씬 파워풀하게 가미돼 합창이 오페라의 중심요소임을 입증했다.
이번 '오텔로'의 진짜배기는 3막부터였다. 이용훈은 삐에로 같은 몸짓과 턱선, 손짓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무어인을 어필했다. 2층에서 카시오(테너 이명현 분)와 이아고의 대화를 염탐할 때는 큰 성량을 가득 눌러 의혹의 마음을 속삭이듯 노래부르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때 왼쪽 1층 벽에 염탐하는 오텔로의 그림자가 살짝 비춰지고 양쪽 문이 닫혀 붉은색이던 조명이 사라지는 기법 등 무대미술과 연출도 인상적이었다(카타리나 카스트닝 재연출, 보리스 쿠딜리카 무대 디자인).
1막 시작 때 베네치아의 총독 오텔로의 승리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 뒤편에 실제로 제작된 큰 배가 아주 잠시 지나가는 장면, 이아고가 작은 모형 배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 그리고 3막에 잠시 지나가는 커다란 석사자상, 그것이 4막에서 깨진 채로 오른편 무대에 놓인 모습 등은 극의 주제를 강렬히 각인시키고 있었다.
데스데모나 역 흐라추히 바센츠가 노래부르는 4막의 '버들의 노래'(Piangea cantando...)와 기도문 'Ave Maria'는 읊조리는 듯한 하행음계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에밀리아 역 메조 소프라노 최종현, 카시오 역 테너 이명현, 로도비코 역 베이스 이준석 등 3막 출연진 전체의 8중창과 합창은 화려한 오페라, 심리극 오텔로만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줬다. 4막에서 오텔로의 죽음을 표현한 부분 역시 애절한 복수극의 절정을 보여줬다.
오페라 '오텔로'는 18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5회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