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올린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올린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 트럼프 소셜미디어 계정


장면 하나.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하는 '가짜 사진'을 올려 비판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위프트와 스위프트 팬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가짜 사진을 올리면서 "수락한다"라고 썼다. 그가 게재한 4장의 사진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엉클 샘'의 모병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으로 '테일러는 여러분이 트럼프에게 투표하길 바란다'는 문구가 있다. 결국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 막강한 팬덤이 있는 스위프트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장면 둘.

19일(현지시각)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비욘세의 노래 '프리덤'을 배경 삼아 등장했다. 비욘세는 지난 2016년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인 '프리덤(Freedom)'을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운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지지 선언이다.

비욘세가 2016년 발표한 '프리덤'은 억압에 저항하며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를 담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선거 운동에 사용하고 나서 이 노래의 스트리밍 횟수도 약 14배 늘어나며 역주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윈-윈'이다. 그런데 20일(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가 이 곡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치 매체 더힐 등은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서 이 곡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장면 셋.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당시,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지난달 11일 <뉴욕타임스>에 직접 기고문을 냈다. 클루니는 "우리는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결단하자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라며 "그가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구하고 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민주당 위해 지갑 여는 할리우드 스타들

미국 연예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민주당을 꾸준히 지지하는 스타들이 많다. 배우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스파이크 리, 로버트 드 니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칼렛 요한슨 등이 있고 팝스타로는 비욘세, 레이디 가가, 존 레전드, 아리아나 그란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할리우드는 민주당의 '현금 인출기'로 불리기도 한다. 클루니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바이든 캠프가 2천800만 달러(약 388억 원)를 모으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민주당의 단일 행사 모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라고 알려졌다.

물론 공화당에도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카니예 웨스트, 키드 록 등이 있지만, 민주당에 비하면 규모나 이름값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스타들은 왜 민주당을 좋아할까. 지난 대선을 앞두고 <뉴욕타임스>는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어 이를 분석했다.

매체는 "교육 수준은 정치 및 투표 성향을 파악할 수 가장 좋은 요인 중 하나이고,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민주당을 지지한다"라며 "미국은 배우의 50% 이상이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일반 노동자의 33%보다 높다"라고 전했다.

또한 "많은 배우가 노동조합에 속해있다"라면서 "노조는 일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자유로운 성향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이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과 같다"라며 "보수주의자들은 가족과 국가에 가장 공감하는 반면에 진보주의자들은 공감의 대상을 친구, 사회적 약자, 세계 시민까지 확대하여 정부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라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할리우드 엘스웨어' 창립자 제프리 웰스 역시 "예술가의 본성은 좌파"라며 "창조적인 사람들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이는 남녀 평등이나 성적 해방 등 자유로운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 한마디에 투표장 '우르르'... 막강한 영향력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유명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가짜 사진을 게시해 구설에 올랐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유명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가짜 사진을 게시해 구설에 올랐다. ⓒ AP / 연합뉴스


정치에 있어 '스타 파워'는 검증이 끝났다. 스위프트는 지난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며 "우리는 유색인종도 안전하고,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으며,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있고, 성소수자 공동체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투표 독려 메시지를 올린 직후 새로 등록한 유권자 수가 무려 3만 명에 달했다. 스위프트의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억8천만 명이 넘는다.

이를 연구한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민주주의 거버넌스 및 혁신을 위한 센터' 애슐리 스필레인은 "젊은 유권자들은 기존의 뉴스 매체나 여론조사,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비교적 떨어진다"라며 "그러나 유명인에 대해서는 다르다"라고 짚었다.

스위프트는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그녀가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아는 트럼프 지지층은 스위프트가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돕는 비밀 요원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CNN 방송은 지난 5월 기사에서 "워낙 극단적으로 정치 지형이 분열된 탓에 스타들이 싸움에 뛰어들기를 망설이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역사적으로 할리우드는 대선이 다가오면 민주당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번엔 몸사리는 스타들... 이유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유세하고 있다. ⓒ AP / 연합뉴스


대표적인 예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싸우는 가자전쟁이다. 세계적으로 반(反) 이스라엘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반발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스타들이 선뜻 나서서 한쪽을 지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벤 에플렉, 마크 러팔로,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등 스타 배우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자전쟁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거나 이를 지지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의 한 홍보 담당자는 "과거와는 세상이 달라졌다"라며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 수 없고, 이길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 컨설턴트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라며 스타들이 한쪽을 지지하는 것에 큰 실익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일부 스타들이 지금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지만, 대선 날짜가 다가오면 마음을 바꿀 것"이라며 "그들은 기후변화나 낙태 등 핵심 이슈에 관여하려는 의지가 있고, 미디어의 주목도 받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제 관심사는 '스타 중의 스타' 스위프트가 과연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느냐다. 선거 홍보 전문가 루아나 리베이라는 <뉴스위크>에 "스위프트가 지금은 조용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이 임박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위프트가 무슨 말을 해도 헌신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그녀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지지 후보나 투표할 의사가 없던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고, 그들을 해리스 부통령 쪽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대선 비욘세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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