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저녁 목포 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
지난 14일 저녁 목포 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 성하훈

지난 14일 오후 제11회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에 여러 사람이 모였다. 서울·부산·광주·대구 등에서 온 영화인들과 전남과 목포의 지역 인사, 관객들이었다. 행사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은 오랜 시간 지켜본 영화제가 지역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것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관객들이 이 영화제를 얼마나 응원하고 사랑하는지, 지역 주민과 영화인들의 응원과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는 전남 유일의 독립영화제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축하 공연과 영상 축사에 이어진 불꽃놀이가 곁들여졌다. 목포해양대학교 운동장 바다를 지나던 크루즈 선박이 멈춰 서 화려한 불꽃 쇼를 선보이며 개막을 자축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의 특성과 지역과 밀착해 있는 영화제의 특성이 개막식에서 잘 드러난 순간이었다.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개막작의 첫 상영 작품은 지역에서 제작된 <박하사탕>이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을 배경으로 지역 극단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인데, 전남영화학교 수료자들이 만들었다. 창작 활동이 쉽지 않은 중소 도시의 영화제가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목포 출신 이상명 감독이 연출한 장편 < Where's the Exit? >도 일반 상영됐다. 목포에서 제작된 영화는 아니었지만, 지역 출신 감독의 작품을 향한 관심이 높았다.

100명 안팎으로 시작해 10배 이상 성장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감독과 관객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감독과 관객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제공

올해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의 전체 관객은 예년보다 많이 늘었다. 영화제 측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17일까지 영화제 전체 관객은 1150명에 달한다. 1회 영화제에 100여 명 안팎의 관객이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성장이라 볼 수 있다.

영화 만들기를 주제로 한 특별프로그램 대담과 강좌에도 적지 않은 관객들이 찾았다. '논픽션 시네마 저예산으로 만들기' 강의를 진행한 영화 <송암동> 이조훈 감독은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져 특별 강좌가 한산할까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며 관객들을 반겼다.

단편영화가 중심이었지만, 영화제에는 장편영화도 여러 편 상영됐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침몰 10년, 제로썸>도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에 다시 선보였는데, 세월호 유족들이 함께 관람했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만에 거치돼 지역과의 연관성도 있는 작품이었다.

앞서 지난 15일 광복절 극장에서 개봉한 <1923 간토대학살>도 특별 상영됐다. 일제 강점기와 8·15 해방의 의미를 새기는 의미를 담은 선정이었다. 또 원주 아카데미 극장 강제 철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무너지지 않는다>도 상영됐다. 60년 세월의 극장이 시장의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사라진 데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이 작품은 독립 예술영화관의 중요성을 알렸다.

영진위 공적 지원 통해 성장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옥상 야외상영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옥상 야외상영성하훈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는 2014년 약 100만 원의 예산으로 5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시작했다. 이후 독립영화관을 만들어내면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두 사람>을 연출한 공태인 감독은 "영화제에 작품이 초청 받아 온 것은 처음"이라며 "목포에도 처음 왔는데, 도시와 영화제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감독 대부분도 작은 영화제지만 관객과 친근감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단편영화 <본향>의 김유진 감독은 "너무 행복했던 목포 일정이었다"며 "영화제에서 영화도 맘껏 보고, 내 영화도 상영하고, GV도 했다. 모두 모여 늦은 시간까지 뒤풀이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제"라고 평가했다.

개막식에서 영사 사고로 잠시 상영이 끊기는 등 기술적인 미흡함도 있었지만, 꾸준히 지역에서 활동하며 독립영화의 저변을 넓혀가려는 노력이 돋보인 영화제였다.

수익 목적도 아닌데 갑자기 예산 끊어 걱정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성하훈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 뿐 아니라 지난 6월 열린 광주독립영화제 역시 상영작의 약 70% 가 광주영화로 채워지며 지역 영화 전성시대를 알렸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공적 지원은 여러 독립영화제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는 영진위의 지원을 받은 후 지자체의 지원이 뒤따랐고, 영화제는 6회를 넘어서며 조금씩 구색을 갖췄다. 프로그램에 생애 첫 영화를 선정하는 섹션은 신진 감독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기도 했다.

영진위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해 오던 지원사업이 핵심 역할을 한 셈이다. 이를 통해 독립영화 여건이 약했던 지역에 새로운 독립영화관이 생겼고, 영화학교가 개설되면서 지역 영화의 역량이 강화된 것이다. 지난 8월 열린 정동진독립영화제도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 역시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최근 지역 영화 예산 삭감 논란이 커져 지역독립영화인의 심경은 복잡하다. 목포국도1호선 독립영화제는 올해부터 지원이 줄어 영화제를 이어가기에 어려움이 상당했다. 정성우 집행위원장은 "인건비 줄일 수밖에 없어 5인 정도의 최소 스태프로 영화제를 준비했다. 또 자원활동가 15명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지난해 7000만 원 정도였던 예산이 올해는 60% 정도에 불과해 4000만 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한 것에 대해 전남도와 목포시가 인정해 예산을 편성했으나, 국비 지원 성격인 영진위 지원이 사라진 것은 심적인 부담이 크다. 올해의 성공에 마냥 기분 좋을 수 만은 없는 이유다.

개막일부터 모더레이터와 심사위원 등을 맡은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지역 영화제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영진위 예산 지원이 끊겼다.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작은 영화제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목포는 '도움닫기(내 생에 첫 영화제, 감독의 데뷔작이나 처음 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이 있어 신진 영화인들의 영화 창작을 도왔다"라며며 "목포를 포함해 전남, 광주 등에서 만들어진 영화들도 선보이는데, 내년에는 예산 삭감 때문에 영화 학교와 제작을 못 한 지역이 많다. 다들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성하훈

 지난 14일 목포 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진행된 축하 불꽃놀이
지난 14일 목포 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11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진행된 축하 불꽃놀이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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