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의 별세를 보도하는 AFP 통신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의 별세를 보도하는 AFP 통신 ⓒ AFP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알랭 들롱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들롱의 세 자녀는 18일(현지시각) 프랑스 AFP 통신에 전한 성명에서 들롱이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자녀들은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들롱의 반려견)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슬프다"라며 "아버지는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라고 밝혔다.

1935년 파리 남부 교외에서 태어난 부모의 이혼과 가난으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7세 때 해군에 자원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복무하다가 절도죄로 불명예 제대한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웨이터, 시장 짐꾼, 배달원 등을 전전했다.

AFP 통신 "프랑스 최고의 스크린 유혹자"

칸영화제에서 우연히 영화 제작자의 눈에 띄어 배우의 길로 들어선 들롱은 1960년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에 출연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중해에서 요트를 타다가 자신을 무시하던 부잣집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완전 범죄를 노리는 소시오패스 청년 리플리를 연기했다.

잘생긴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부드러운 매너 등으로 세기의 미남이라는 별명을 얻은 들롱은 1957년 데뷔한 후 50여 넘게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1996년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1962년 <태양은 외로워>, 1970년 <볼사리노>, 1970년 <암흑가의 세 사람> 등 수많은 대표작을 남기면서 1991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AFP 통신은 "들롱은 프랑스 최고의 스크린 유혹자였다"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드롱 만큼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보인 프랑스 남자 배우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AP 통신도 "도덕적으로 타락한 영웅을 연기하든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든 들롱의 존재감은 잊을 수 없다"라며 "그는 살인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사기꾼까지 어떤 역할을 맡아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고 평가했다.

마크롱 "스타 그 이상"... 추모 물결

1990년대 이후로는 스크린에서 거의 볼 수 없던 들롱은 2017년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2003년 잡지 기고문에서 "돈, 상업성, 텔레비전이 꿈의 기계를 망가뜨렸다"라며 "내 영화도 죽었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영화 산업을 비판하기도 했다

들롱은 2019년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수상 소감에서 "내가 유일하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오직 내 배우 경력밖에 없다"라며 "이제는 경력의 끝을 넘어 인생의 끝에 도달한 것처럼 느껴지고, 마치 사후에 받을 상을 살아있을 때 받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투병 생활을 해왔고, 그의 자녀들은 올해도 들롱이 림프구 암인 B세포림프종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들롱의 별세 소식을 올리며 "인기 있으면서도 비밀스러웠던 그는 스타 그 이상이었고 프랑스의 기념비적 존재"라고 추모했다.

또한 "들롱은 전설적인 배역들을 연기하며 전 세계를 꿈꾸게 했다"라며 "그의 잊을 수 없는 얼굴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강조했다.

동시대에 활동한 프랑스 원로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AFP 통신에 "들롱의 죽음은 그 무엇도, 누구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공허함을 남겼다"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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