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장면
쇼박스
일찍 출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분은 언짢은 오전이었다. 참여 수업을 앞두고도 내심 걱정이 됐다. 아침에 화를 낸 일로 아이들이 시무룩해 있을까 봐. 다행히 두 아이는 아침 일을 모두 잊은 듯 보였고 특별한 수업 분위기에 되레 들뜬 모습이었다. 화해의 의미로 두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하원시켰다.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 사이에서도 핫하다는 바로 그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보기로 했다.
지난 9일, 아이 둘을 데리고 처음 극장 나들이에 나섰다. 상영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끄럽게 굴면 중간에 나와야 한다는 협박에 가까운 당부를 여러 번 해두었다. 여차하면 중간에 나올 수 있게 출입구에서 가까운 맨 뒤 좌석을 예매했다. 쏟아지면 수습이 어려운 팝콘과 콜라 대신 빼빼로와 어린이 음료를 준비했다.
두 아이 좌석에는 각각 어린이용 방석을 깔았다. 눈높이는 얼추 맞춰졌지만 몸이 가벼운 두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시트가 함께 들썩였다. 자칫하면 두 아이를 무릎에 각각 얹고 봐야겠구나,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주인공 '하츄핑'은 우리 가족에게 꽤 친숙한 캐릭터다. 첫째가 무려 1년여를 푹 빠져 지낸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지난봄 첫째가 즐겨 입던 원피스도 하츄핑, 몇 개월을 졸라 마침내 생일 선물로 쟁취한 장난감도 하츄핑, 약국에 가면 단골로 챙기는 비타민도 하츄핑이다.
영화는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프리퀄로, 로미와 하츄핑이 처음 만나는 스토리다.
짝꿍 티니핑을 간절히 찾아해매던 로미는 왕궁서재에서 우연히 하츄핑의 존재를 알게 되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티니핑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왕궁 식구들의 반대에 부딪히는데, 하츄핑이 사는 곳이 괴물 트러핑이 사는 라미엔느 성 근처라는 이유에서다.
영화의 빌런인 트러핑은 한때 라미엔느 성에 살던 리암왕자의 짝꿍 티니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안 사람들을 모두 돌로, 티니핑들을 괴물 혹은 병사핑으로 만든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결국 로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츄핑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로미가 하츄핑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드러난다. 처음에는 로미를 피하던 하츄핑도 결국에는 로미의 진심을 깨닫고 마음을 연다.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갔는데 엄마가 더 재밌게 봤다는 후기들은 과장이 아니었다. 하츄핑이 사는 온통 핑크로 뒤덮인 동네는 탐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고, 로미가 하츄핑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다.
주인공 하츄핑 말고도 마음을 짠하게 하는 인물이 있었다. 영화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괴물 티니핑인 '트러핑'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트러핑은 라미엔느 성에 마법을 걸어 티니핑들을 괴롭힌다. 또 주인공 하츄핑에게 '사람은 절대 믿어서 안 되는 위험한 존재'라고 주입하며, 하츄핑이 로미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
'사랑의 하츄핑' 속 진짜 빌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