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나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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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추창민 감독은 "어쩌면 역사의 또 다른 줄기에 초점을 맞춰보면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0.26 대통령 시해 사건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기존 작품들과 달리, <행복의 나라>가 먼저 최악의 정치 재판에 주목하고, 또한 이 두 사건에 걸쳐진 시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조명했다는 설명이다. 추 감독이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재구성할 때 "충실한 자료조사 후 사실에 따라 각색을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고 말한 것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으려 했다는 뜻이다.
"나조차도 잘 몰랐던 인물인 박흥주 대령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 사람을 한 번쯤은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겠다"는 추 감독의 생각은 역사의 이 비극적 사건과 이 사건 속의 박 대령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미 했을 법한 생각이다. 어떤 인물이든, 불가피하게 가해자가 돼야 했던 역사와 삶의 피해자에게 우리는 동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박 대령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사람의 후손은 박 대령에 대한 동정적 시선이 불만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는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았다.
고 이선균은 "강직한 군인에 포커스를 맞춰 연기했다"는 언명대로 박 대령의 캐릭터를 실감 나게 그려냈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인물이다. 격동의 흐름을 함께 뚫고 나간 특정 역사의 인간군상 모습에 관객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패자 진영에 속한 '빛나는 조연'은 또한 얼마나 빛날까. 이렇게도 생각하지 않을까.
이 영화가 그린 우리 당대의 역사를 보며 울분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관객이 울분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면 잘못 만든 영화이다. 영화인이든 무슨 일은 하든,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이 영화가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건 다행스럽다.
고 이선균이 변호사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그의 배역이 그의 비극과 겹쳐지기에 부질없이 해보는 생각이다. 이기든 지든, 빛나는 인생은 빛이 난다.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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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 포스터(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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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세계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