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극을 마치고 연출을 맡은 김영미 대표와 즉흥극을 선보인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커튼콜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황유진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여행자극장에 관객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공연 시작 후 한참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 시간에 스피커를 타고 넘어온 목소리는 고등학생 소녀의 목소리였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무대 왼쪽 한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잡은 소녀는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낙심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등장한 배우들은 소녀의 이야기를 즉흥극으로 재현했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소녀는 깔깔 웃기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보며 즐거워했다.
이 장면은 '나 그리고 자기성장'을 주제로 (사)한국임상연극심리치료협회가 서울시 민간축제지원사업 지원으로 개최한 제4회 2024 대한민국 치유예술제에서 나왔다.
공연은 관객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즉흥 연기를 선보이는 '플레이백 시어터' 형식의 연극이다. 1975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등장한 플레이백 시어터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현대 연극에서 주목받는 장르다. 개인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를 무대로 만든다는 점에서 '재생 연극'이라고도 불린다.
관객들은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때로는 웃음을 터뜨렸고, 어려움을 극복한 자신을 마주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극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30년 인생이 3분으로 압축된 느낌이었다", "잊지 못할 사진 속 한 장면 같았다", "TV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치유예술제 운영과 공연 연출을 맡은 김영미 한국임상연극심리치료협회 대표는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라며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치유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번 예술제의 깊은 의미를 새삼 다시 느꼈다"고 치유예술제의 소감을 전했다.
치유예술제의 막이 내린 지난달 30일 한국임상연극심리치료협회 연습실에서 만났다.
"관객이 자신의 삶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돕는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