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자료사진)
삼성라이온즈
순위 싸움에 갈 길이 바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선수 루벤 카데나스가 복귀전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아쉬운 플레이를 연발했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카데나스는 팀이 5-8로 뒤진 8회말 1사 1루 때 김현준의 대타로 타석에 섰다. 그동안 허리통증을 이유로 결장해온 지 무려 11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카데나스는 한화 김범수와 승부에서 무기력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허리가 여전히 불편한 듯 공을 제대로 배트에도 대지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본 박진만 감독은 심기가 불편한 듯,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카데나스를 대놓고 외면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가 된 장면은 9회초 수비였다. 중견수로 출전한 카데나스가 한화 선두타자인 김태연의 타구를 처리하는 상황이었다. 충분히 단타로 막을 수 있는 타구였음에도 카데나스는 마치 조깅을 하듯 적극적으로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송구는 캐치볼을 하듯 느리게 던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타자 주자 김태연은 전력으로 2루까지 진루했다. 명백한 본헤드플레이였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삼성 벤치는 곧바로 카데나스를 김헌곤과 교체시켰다. 사실상 누가 봐도 문책성 교체였다. 삼성 팀 동료들도 카데나스의 플레이에 황당해하거나 분노한 듯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카데나스는 덕아웃에서 옆구리를 만지며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은 결국 이날 한화에 5-8로 패하며 4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야구 팬 사이에서는 경기 결과보다 카데나스의 플레이가 더 큰 화제가 됐다. 일부 삼성 팬들은 '경기에서 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9일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을 방출하고 카데나스를 총액 47만 7000달러(약 6억 5천만 원)에 대체선수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맥키넌은 시즌 초반 4할대에 근접한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지며 타율 .294(272타수 80안타) 4홈런 36타점 OPS 0.767의 성적을 남겼다. 사실 최악까지는 아니었지만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장타력이 검증된 카데나스에게 희망을 걸었다. 초반에는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카데나스는 7월 19일 대구 롯데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6경기만에 2홈런 5타점 2득점 타율 .348(23타수 8안타) OPS 1.071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단 두 경기 만에 140m 초대형 홈런으로 데뷔 첫 홈런을 신고하는가 하면,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카데나스는 지난달 26일 KT전부터 갑자기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된 이후 전력에서 이탈했다. 삼성은 카데나스에게 휴식을 주면서 1군 엔트리는 유지하고 몸 상태가 나아지길 기다렸다.
그런데 회복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지났고 병원 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카데나스는 여전히 통증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카데나스의 워크에식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선수의 입장을 존중하며 말을 아꼈던 박진만 삼성 감독도 최근에는 카데나스에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6일 경기에서 카데나스의 본헤드플레이가 나왔을 때 삼성 선수단의 냉랭한 반응은, 그가 이미 팀내에서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삼성으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잔혹사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비드 뷰캐넌, 야마이코 나바로, 다린 러프 등 성공작들도 있지만,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만 국한하면 성공률은 더 최악이다. 특히 2013년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던 에스마일린 카리대는 3경기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호소하며 역대 삼성 외인 중 최악의 흑역사로 남은 바 있다.
카데나스를 방출하더라도 이제 와서 다시 대체 선수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난제다. 외국인 선수 교체 시한인 오는 15일까지 8일밖에 남지 않아서 시간이 촉박하다. 규정상 그 이후에도 교체는 가능하지만 대신 포스트시즌 출전은 불가능해진다. 설사 삼성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더라도 외국인 타자 없이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러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삼성이 최근 카데나스 없이도 상승세였다는 것이다. 현재 순위는 리그 3위지만 3연패를 당한 LG와는 승차없이 승률에서만 2리 뒤질 뿐이다. 이날 한화를 잡았다면 2위까지도 올라설 수 있었다.
카데나스의 운명은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국인 선수 딜레마에 빠진 삼성이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 속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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