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꺾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셔틀콕 여왕'에 등극했다.

 

마냥 행복하고 평소 서운했던 감정도 전부 날아갈 법한 기쁜 순간이었지만 만22세의 젊은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작심발언'을 토해냈다.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며 대표팀 은퇴까지도 시사한 것이다.

 

항저우에서 드러난 안세영의 무릎부상

 

안세영, 결국 해냈다...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안세영, 결국 해냈다...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운동선수는 어쩔 수 없이 부상을 달고 산다. 물론 수술이나 재활을 통해 부상부위를 잘 관리하면서 오래도록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도 있지만 부상 때문에 전성기가 일찍 끝나거나 커리어를 조기에 마감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앞세워 만22세의 나이에 NBA 최연소 MVP에 올랐다가 부상 때문에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으로 전락한 '흑장미' 데릭 로즈가 대표적이다.

 

안세영 역시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던 무렵부터 부상을 달고 살았다. 안세영의 대표적인 부상부위는 바로 무릎이었다. 안세영은 만15세의 나이에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던 시기부터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희망이었던 안세영은 '경험과 성장'이라는 명분 하에 매년 각종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야 했다.

 

일반 스포츠 팬들이 안세영의 무릎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무대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천적'으로 불리던 중국의 에이스 천위페이를 꺾고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또 다시 천위페이를 상대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1세트 막판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지면서 한 동안 경기가 중단됐다.

 

당시 현장에서 안세영을 응원하던 어머니는 딸의 부상이 안타까워 "그만 포기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만원 관중 속에서 그 소리는 안세영에게 들리지 않았고 경기를 이어간 안세영은 2-1 승리로 승리했다. 그렇게 부상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귀국 후 무릎 힘줄이 파열돼 2~5주 정도 재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을 앞둔 안세영은 마냥 재활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안세영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 오픈에 출전해 대만의 타이쯔잉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어진 인도오픈에서는 허벅지 부상 때문에 8강에서 기권을 했고 복귀 후에도 전영오픈 4강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1-2 패배, 아시아 챔피언십 8강에서 허빙자오에게 0-2로 패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다소 기복을 보였다.

 

금메달 획득 후 터진 안세영의 폭탄발언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이 입을 맞추고 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이 입을 맞추고 있다. ⓒ 연합뉴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8강에서 야마구치, 4강에서 타이쯔잉,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상대하는 대진표를 받았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선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들이지만 세계랭킹 1위를 지키기 위해 무릎 부상에도 각종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던 점을 고려하면 안세영에게는 다소 불운한 대진운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행운의 여신은 안세영에게 미소를 지었다.

 

안세영이 조별예선에서 조1위로 8강에 직행하는 동안 세계랭킹 3위이자 안세영의 4강상대로 유력했던 타이쯔잉이 예선 탈락했다. 8강에서 야마구치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둔 후에는 안세영의 '천적' 천위페이가 팀 동료 허빙자오에게 세트스코어 0-2로 덜미를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이벌들의 잇따른 조기 탈락으로 인해 안세영의 '금메달 로드'는 분명 조금 더 수월해졌다.

 

4강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에게 2-1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한 안세영은 결승에서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에게 기권승을 거둔 중국의 허빙자오를 상대했다. 안세영은 결승에서도 적극적인 플레이와 안정된 수비로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승리가 확정된 후 눈물을 보이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금메달의 흥분이 가라앉은 후 국내외 취재진이 자리한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에게 많이 실망했다",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실제로 안세영은 6일 대한체육회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사실 올림픽 기간 도중에 그것도 금메달을 딴 선수가 자신이 속한 종목의 협회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면 안세영의 발언이 지금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거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안세영과 협회가 진실게임을 이어갈지 극적으로 화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용기 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안세영의 발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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