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성차별 따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그럴 수 있다. 대한민국이 12년 연속 여성 노동권을 평가한 '유리 천장 지수' 꼴찌여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대통령이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선언한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혀도, 30년 가까이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 1위를 기록해도, 19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남성에게 살해 혹은 폭력 등의 피해를 봐도 말이다.
당신을 탓할 의도는 없다. 어쩌면 당신도 '한정우' 같은 사람일지 모른다. 영화 <파일럿>은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으로 고공 행진하던 '정우(조정석 분)'가 순간의 잘못으로 모든 걸 잃고 실직까지 하게 되는 여정을 담았다. 정우는 '실수'라 칭하고, 사회는 '잘못'이라 명명했던 그 순간. 모든 걸 가졌던 남자는 너무나 착했던 탓에 몰락했다. 바로 그 선량한 차별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