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래의 범죄들>의 한 장면.
누리픽쳐스
이른바 '보디 호러(기괴하게 변형된 인간의 신체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공포의 하위 장르)'의 창시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8년 만에 돌아왔다. 보디 호러 장르로는 자그마치 23년 만이라 화제가 된 영화 <미래의 범죄들>이 현지 개봉 2년 만에 국내에 상륙했다. 안 그래도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가 코로나 시국에 제작되었으니 곧바로 수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영화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바디 호러 작품답게 기괴하기 짝이 없다. 엽기적이거니와 역겹기까지 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감독이 다분히 의도했을 테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영화 속 근미래의 배경에는 새로운 장기가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통증을 못 느끼거나 통증을 흥분의 요소로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으며 급기야 플라스틱을 먹는 사람도 출몰한다.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기형 인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것이다.
하지만 사울 텐서와 카프리스는 순수한 의도로 예술을 펼친다.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특수한 몸을 이용해 사람들이 환호하고 또 흥분을 불러일으킬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려 한다. 그의 순수함이 가닿은 이들 중에 국립장기등록소의 위펫과 팀린이 있는데, 그들은 사울의 몸 아니 장기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말이다. 국가에 속한 공무원으로서 해선 안 되는 생각이고, 일이었다.
사울에게 접근하는 정치적 세력들도 있다. 인간의 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간을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몸으로 만들려는 의문의 집단이 접근하고, 이른바 플라스틱 종자를 감시하는 신규범죄수대도 접근한다. 두 집단은 서로를 대척점에 두고 사울을 이용해 한 발 빠르게 원하는 바를 얻으려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간, 새로운 체제로 가는 길목에서 사울의 쇼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없으니 말이다. 그런 한편 사울의 쇼는 다분히 예술적인 목적을 띠지만, 다분히 정치적이다.
인간의 진화 vs.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