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일럿>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얼어붙은 극장가에 훈풍이 예고된다. <파일럿>은 5년 전 <엑시트>에 이은 조정석의 원맨쇼 같은 영화다. <엑시트>에서 윤아와 호흡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생계를 위한 1인 2역을 선보인다. 뭘 맡겨도 찰떡같이 해내는 배우가 조정석이란 배우의 내공이지 않을까 싶다.
<가장 보통의 연애>로 솔직한 감정과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던 김한결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그는 평소 조정석을 캐스팅 0순위로 여겼던 바람이 현실이 돼 '성덕'이 됐다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현장과 시너지를 고백하기도 했다.
실직한 가장의 은밀한 이중생활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출신이자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갖춘 스타 파일럿 정우(조정석)는 폭발적인 인기로 TV 출연, 광고 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커리어 정점에 올랐을 때 나락으로 떨어지고야 만다. 회식 자리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된 것.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퇴사, 이혼, 빚잔치의 악재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정우는 동생 정미(한선화)의 신분을 빌려 여성 기장을 뽑는 회사에 재취업하기로 마음먹는다.
서류는 프리 패스, 아슬아슬하게 면접까지 겨우 통과해 드디어 합격하지만 취업 첫날부터 자연스레 남성의 습관이 튀어나오며 들킬 상황을 여러 번 맞는다. 그때마다 재치 있게 모면하며 정우와 정미의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입사 동기였던 슬기(이주명)와도 친한 언니-동생 사이로 발전해 든든한 관계로 차츰 적응해 나간다. 정우의 후배이자 정미의 선배인 얄미운 현석(신승호)의 은근한 플러팅까지 받아 일이 커지지만, 일단은 완벽한 항공사의 에이스로 거듭나 취업 성공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하지만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는 법. 그동안 잘 버텨왔건만 이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지는 난기류가 찾아온다. 과연 정우라서 안 됐던 일은 정미로서 극복하며 순항할 수 있을까. 은밀한 이중생활은 곧 끝을 보이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