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안방에서 최하위 키움을 제물로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6-3으로 승리했다. 지난 주에 열렸던 5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치며 4위 자리마저 위협 받았던 두산은 키움과의 홈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가면서 이날 한화 이글스에게 5-6으로 패한 3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경기로 줄였다(50승2무46패).

두산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외야수로 출전해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때린 이유찬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허경민과 양석환, 전민재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최준호가 5이닝3피안타2사사구6탈삼진3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고 4명의 불펜투수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팀의 막내이자 마무리 김택연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만19세1개월20일)에 시즌 10세이브 기록을 달성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김택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김택연 ⓒ 두산 베어스

 
롱런하지 못했던 두산의 신인 마무리들

마무리 투수는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해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야 하는 자리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도 중요하지만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한 성격이 중요하다. 경험이 부족하고 멘탈이 약한 선수보다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선수가 맡는 경우가 많다. KBO리그 원년부터 참여한 두산에서도 입단 첫 해부터 마무리를 맡은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구단 역사상 첫 루키 마무리는 1984년의 윤석환이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4년 OB 베어스에 입단한 윤석환은 입단 첫 해 12승8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2.84의 성적을 올리며 구원왕과 함께 사상 첫 만장일치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당시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워낙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고 최동원이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따내면서 윤석환의 구원왕과 신인왕 동시수상은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못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93년 베어스에는 또 한 명의 엄청난 신인 마무리가 등장했다. 중앙대를 중퇴하고 1993년 OB에 입단한 김경원이었다. 김경원은 루키 시즌이었던 1993년 OB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9승3패23세이브1.11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그 해 김경원이 세운 평균자책점 1.11은 선동열이 기록했던 3번의 0점대 평균자책점을 제외하면 단일시즌 평균자책점 역대 4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규정이닝 소화 기준).

하지만 KBO리그 역사에 남을 엄청난 시즌을 보낸 김경원은 그 해 신인왕조차 수상하지 못했다. 같은 해 양준혁과 이종범이라는 레전드가 한꺼번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경원은 위대한 루키 시즌을 보내고도 신인왕 투표에서 3위에 그쳤고 신인 때의 무리한 투구로 인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다시는 루키 시즌의 위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결국 김경원은 1999년 한화로 트레이드됐고 2001시즌이 끝난 후 조용히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2007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수술과 어깨부상으로 첫 2년을 날린 이용찬(NC다이노스)은 실질적인 데뷔시즌이었던 2009년 곧바로 두산의 마무리투수로 낙점됐다. 이용찬은 2009년 2패26세이브4.20의 성적으로 롯데의 외국인투수 존 앳킨스와 공동 세이브왕에 오르며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이용찬이 만20세4개월20일의 나이에 세웠던 10세이브는 김택연이 등장하기 전까지 두산 구단의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최연소 기록... 신인왕에 더 다가가다

인천고 시절부터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프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김택연은 지난해 9월 대만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에서 6경기에 등판해 2승1세이브0.88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김택연은 한국을 3위로 이끌며 최우수 구원투수로 선정됐지만 5연투를 포함해 8일간 247개의 공을 던지며 혹사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김택연을 지명했다.

고교 시절의 무리한 투구로 입단하자마자 수술을 받으면서 루키시즌을 날렸던 팀 선배 이용찬, 이영하 등과 달리 김택연은 건강하게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치며 시즌을 준비했다. 특히 3월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서는 인상적인 투구로 LA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김택연은 올해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마무리 정철원과 홍건희가 차례로 부진에 빠지면서 6월 중순부터 두산의 새 마무리로 낙점 받았다.

마무리 투수가 된 후에도 김택연은 마운드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마무리로 변신한 후에도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력한 구위로 상대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했고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오히려 더 큰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프로 데뷔 첫 패전을 기록했던 10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는 KBO리그 역대 9번째로 한 이닝 9구 3K이닝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졸 신인 중에선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두산은 후반기 들어 기복을 보이며 4위로 떨어졌지만 막내 김택연은 여전히 든든하게 두산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전반기 38경기에서 2승8세이브4홀드2.35를 기록했던 김택연은 후반기 5경기에서 1패2세이브1.50으로 투구내용이 더 좋아졌다. 김택연은 23일 키움전에서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두산의 승리를 지켜내며 2006년 나승현(19세2개월10일)의 기록을 경신한 역대 최연소 10세이브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 투수가 데뷔시즌에 시즌 10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KBO리그 역사에서 김택연을 포함해 총 7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는 김경원이나 나승현처럼 롱런하지 못한 마무리 투수도 있지만 '끝판왕' 오승환(삼성)을 비롯해 조규제, 조용준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무리 투수들도 있었다. 역대 최연소 10세이브로 올 시즌 신인왕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김택연은 훗날 야구팬들에게 어떤 마무리 투수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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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베어스 김택연 최연소10세이브 막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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