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에서는 프로 데뷔가 점점 빨리지는 추세다. 10대들의 일찌감치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과거와 비교해 더욱 늘었다. 

이번 유로 2024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징 중 하나라면 선수들의 연령대가 내려간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유로 2020에서는 평균 연령 28세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스웨덴(29.2세), 벨기에(29.1세), 슬로바키아(28.2세), 핀란드(28.1세), 헝가리(28세) 등 5개국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대회에서는 독일(28.6세), 스코틀랜드(28.3세)로 2개국 만이 평균 연령 28세 이상으로 스쿼드를 구성했다. 

특히 영건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뛰어났다. 라민 야말, 니코 윌리엄스(이상 스페인), 플로리안 비르츠, 자말 무시알라(이상 독일), 사비 시몬스(네덜란드), 주드 벨링엄(잉글랜드), 아르다 귈레르(튀르키예), 조르지 미카우타제(조지아)가 유로 2024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스페인 공격 담당한 윌리엄스-야말
 
 유로 2024 '영 플레이어'로 선정된 야말.

유로 2024 '영 플레이어'로 선정된 야말. ⓒ EPA/연합뉴스

 
이전 스페인과의 차이점이라면 전문 윙어들의 존재감이다. 윌리엄스와 야말은 각각 스페인의 좌우 측면 공격을 주로 담당했다. 

과거 스페인은 중앙 미드필더 성향이 강하면서도 패스와 공 소유에 특화된 선수들이 측면에 포진했다. 점유율 극대화와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지배하는 철학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번번이 실패를 맛보면서 스페인 특유의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에 대한 한계성이 드러났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기존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강한 전방 압박, 전술적 유연성을 추가하며 더욱 단단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전문 윙어의 기용이다. 야말과 윌리엄스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저돌적이고 자신감 있는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수를 무너뜨렸고, 양질의 기회를 창출했다. 

야말은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6세 338일로 출전하며, 역대 최연소 유로 출전 선수로 남았다.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는 16세 362일로 유로 최연소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고, 17세 1일의 나이로 잉글랜드와의 결승전에 선발 출전하며 역대 결승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토너먼트에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로 순도 높은 활약을 선보인 그는 유로 2024 '영 플레이어'로 선정됐으며, 프랑스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슛 득점은 이번 대회 최고의 골로 뽑혔다.  

윌리엄스도 측면에서 재기 넘치는 돌파와 빠른 스피드로 팀 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윌리엄스는 조지아와의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4-1 대승을 이끌었고, 결승전 역시 야말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전차군단' 독일의 선두주자 비르츠-무시알라

독일은 이번 유로 2024에서 우승팀 스페인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다. 안타깝게도 8강에서 스페인에 패하며 28년 만의 우승 도전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잇따라 망신을 당한 전차 군단의 부활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이 가운데 비르츠와 무시알라는 독일 축구의 미래를 이끌 선두 주자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비르츠에게 이번 유로 2024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이었는데 넓은 시야와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의 창의성을 더했다. 

무시알라는 이미 유럽 축구계에서 널리 알려진 영건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성과가 미비했다. 유로 2020에서 10대의 나이에 대표팀에 승선해 출전 시간 9분에 그쳤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3경기 모두 선발 출전, 팀의 조별리그 탈락에도 가장 눈에 띄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메이저 대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그는 이번 유로 2024에서 잠재성을 완전히 꽃피웠다.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으며 화려한 기술과 일대일 돌파를 통해 공간을 창출했고, 스코틀랜드-헝가리-덴마크를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다. 총 3골을 넣은 무시알라는 대회 공동 득점왕(6명)을 차지했다. 

유럽 축구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시몬스-벨링엄

시몬스는 지난 2시즌 동안 PSV 아인트호번, 라이프치히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유럽 축구계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바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7분을 뛰는데 그친 시몬스는 이번 유로 2024에서 주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 슈팅의 강도와 정확성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공격의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시몬스가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24년 만에 네덜란드의 유로 4강 진출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겠다. 

벨링엄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라 리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잉글랜드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이유는 벨링엄의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았다. 

유로 2024에서 보여준 벨링엄의 퍼포먼스는 전체적으로 기대치보다 크게 밑돌았다. 잉글랜드가 유로 2024에서 최악의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결승에 오른 원동력은 벨링엄의 2골이 결정적이었다. 세르비아와의 첫 경기 결승골에 이어 16강 슬로바키아전에서는 팀이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려 잉글랜드를 구했다. 

반란 꿈꾸는 귈레르-미카우타제

귈레르는 레알 마드리드의 특급 유망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속팀에서 핵심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튀르키예 대표팀에서는 10대의 나이에도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며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의 감격을 맛봤다. 튀르키예는 유로 2008 이후 16년 만의 8강에 오르며 작은 반란을 일으켰다. 귈레르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창의적인 플레이와 뛰어난 테크닉, 감각적인 왼발킥력으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2000년생으로 유망주라고 하기에 애매한 나이지만 미카우타제는 소속팀에서 2022-23시즌 40경기 24골, 2023-24시즌 29경기 13골을 기록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공격수였다. 앞선 선수들과 비교해 아직까지 크게 알려지지 않은 그는 이번 유로 2024에서의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대회 공동 득점왕을 차지함과 동시에 처음 출전한 조지아의 16강 돌풍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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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말 윌리엄스 무시알라 비르츠 벨링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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