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선수권 당시의 덕수고 정윤진 감독과 김태형-박한결 배터리

청룡기 선수권 당시의 덕수고 정윤진 감독과 김태형-박한결 배터리 ⓒ 김현희


지난 16일 종료된 제79회 청룡기 쟁탈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우승의 주인공은 전주고다. 올해 우완 최대어로 손꼽히는 정우주를 비롯해 결정적인 순간 호투를 선보인 이호민과 홈런타자 포수 이한림은 이번 청룡기의 주역이다.

고교야구의 큰 축제가 종료됐고, 그 안에서 학생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청룡기를 통해 세워진 대기록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덕수고의 신기록

바로 덕수고가 세운 고교야구 전국 본선 무대 최다 연승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1971년 경북고가 세운 18연승이었다. 당시 경북고는 철완 에이스 남우식을 필두로 배대웅, 손상대, 정현발, 천보성에 황규봉, 이선희, 함학수까지 버티고 있어 투-타에 걸쳐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북고는 전국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국대회 4관왕 기록은 아직 1971년 경북고가 유일하다.

경북고가 4개 대회 모두를 석권하는 동안 세웠던 18연승은 2024년 6월까지 깨지지 않았다. 덕수고는 53년 동안 유지된 전국 본선 연승 기록을 이번 청룡기에서 경신했다.

앞서 덕수고는 지난해 전국체전 고등부 우승 이후 청룡기 대회 전까지 16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1회전 서울동산고와의 일전에서 콜드게임 승리하며 연승 행진을 이어간 덕수고는 32강전 금남고와의 경기에서 9-1로 대승하며 18연승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16강전에서 충훈고에 6-2로 승리하면서 53년 만에 고교야구 본선 무대 연승 기록을 깼다. 19연승 행진을 이어간 덕수고가 8강전에서 승리했다면, 전무후무한 전국 본선 20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8강전에서 권현우-김성준이 버틴 광주일고에 2-3으로 패하면서 그 질주는 마감됐지만, 덕수고가 고교야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청룡기 선수권 이후 만난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아쉬움은 없다. 덕수답게 야구해서 패한 것이다. 더구나 선수들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와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19연승 하고 난 이후 오히려 제자들을 칭찬했다"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주력 선수들이 원한다면 대통령배 대회부터는 과감하게 휴식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정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 차출이 유력한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기보다 더 넓은 국제무대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전국 본선 200승 달성 이후의 덕수고 정윤진 감독

전국 본선 200승 달성 이후의 덕수고 정윤진 감독 ⓒ 김현희


정윤진 감독 본인도 청룡기를 통해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전국 본선 무대 200승 기록을 세운 것이다. 청룡기 직전까지 199승째를 기록했던 정 감독은 1회전 승리로 200승 기록을 세웠고, 이후 2승을 추가하면서 202번째 전국 본선 승리를 맛봤다.

주말리그와 지방대회 등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및 대한체육회 주관 대회까지 모두 합치면 감독으로서 347승째를 신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윤진 감독은 "감독이 한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선수복이 타고난 것 아니겠나"라며 손사래 쳤다.

덕수고의 연승 행진도 끝났고 1971년 경북고가 기록했던 전국 본선 전관왕의 꿈도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청룡기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이는 한국 고교야구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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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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