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루어 낸 전주고등학교.
박장식
구멍 뚫린 듯 쏟아지는 비도 39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향한 열망을 누를 수 없었다. 4시간 50분 동안 펼쳐진 수중전에서 결국 웃은 것은 '고교 최고의 배터리'를 보유한 전주고등학교였다.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전주고등학교가 우승기를 거머쥐었다. 전주고는 마산용마고등학교를 14대 5의 스코어로 누르고 전국대회 우승의 금자탑에 올랐다. 전주고등학교는 1985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무려 39년 만에, 청룡기에서는 처음으로 우승기를 들어올렸다.
정우주·이한림 배터리는 만 30년 전 전주고의 배터리를 책임졌던 김원형·박경완을 다시 보는 듯했다. 이한림은 홈런을 때려내고, 정우주는 경기의 시작과 끝을 마운드 위에서 보내며 우승을 합작했다. 두 선수는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비교적 빠르게 기선을 제압한 덕분이었다. 전주고등학교는 1회 마산용마고에 한 점을 내줬지만, 2회와 3회 연달아 3득점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3회 말 기습 호우로 인해 경기가 1시간 50분가량 중단되어 기세가 꺾이나 싶었지만, 4회에는 이한림이 홈런까지 때려내며 기세가 살아있음을 증명, 우승에 가까워졌다.
결국 경기 초반 몰아친 열 점에 힘입어 14대 5로, 완벽한 승리로 우승을 만든 전주고등학교. 선수들은 한풀이를 하듯 길게 세리머니를 이어가는가 하면, 주창훈 감독 역시 드디어 이뤄낸 전국대회 우승에 기쁨 반, 안도 반이 섞인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봄 열린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정상을 앞에 두고 덕수고에 내줬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 선수들에게도, 코칭스태프에게도 드디어 이룬 우승의 의미는 더욱 클 터였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은 "우리 선배들의 염원이 컸다. 그 염원에 부응할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우리가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는 계속 듣곤 했는데 늘 준우승에 그쳤곤 했다. 선수들과 함께 으쌰으쌰한 덕분, 절실함이 잘 통했던 덕분에 우승까지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충분히 우리가 우승권에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 이기는 경기를 해서 앞으로는 아마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전주고가 '강팀'임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가볍게 친 덕분에 홈런... 잘 막아 준 우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