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루어 낸 전주고등학교.
39년 만의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루어 낸 전주고등학교.박장식
 
구멍 뚫린 듯 쏟아지는 비도 39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향한 열망을 누를 수 없었다. 4시간 50분 동안 펼쳐진 수중전에서 결국 웃은 것은 '고교 최고의 배터리'를 보유한 전주고등학교였다.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전주고등학교가 우승기를 거머쥐었다. 전주고는 마산용마고등학교를 14대 5의 스코어로 누르고 전국대회 우승의 금자탑에 올랐다. 전주고등학교는 1985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무려 39년 만에, 청룡기에서는 처음으로 우승기를 들어올렸다.

정우주·이한림 배터리는 만 30년 전 전주고의 배터리를 책임졌던 김원형·박경완을 다시 보는 듯했다. 이한림은 홈런을 때려내고, 정우주는 경기의 시작과 끝을 마운드 위에서 보내며 우승을 합작했다. 두 선수는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비교적 빠르게 기선을 제압한 덕분이었다. 전주고등학교는 1회 마산용마고에 한 점을 내줬지만, 2회와 3회 연달아 3득점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3회 말 기습 호우로 인해 경기가 1시간 50분가량 중단되어 기세가 꺾이나 싶었지만, 4회에는 이한림이 홈런까지 때려내며 기세가 살아있음을 증명, 우승에 가까워졌다.

결국 경기 초반 몰아친 열 점에 힘입어 14대 5로, 완벽한 승리로 우승을 만든 전주고등학교. 선수들은 한풀이를 하듯 길게 세리머니를 이어가는가 하면, 주창훈 감독 역시 드디어 이뤄낸 전국대회 우승에 기쁨 반, 안도 반이 섞인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 봄 열린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정상을 앞에 두고 덕수고에 내줬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 선수들에게도, 코칭스태프에게도 드디어 이룬 우승의 의미는 더욱 클 터였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은 "우리 선배들의 염원이 컸다. 그 염원에 부응할 수 있어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우리가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는 계속 듣곤 했는데 늘 준우승에 그쳤곤 했다. 선수들과 함께 으쌰으쌰한 덕분, 절실함이 잘 통했던 덕분에 우승까지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충분히 우리가 우승권에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 이기는 경기를 해서 앞으로는 아마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전주고가 '강팀'임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가볍게 친 덕분에 홈런... 잘 막아 준 우주 고마워"
 
 이번 청룡기 MVP에 오른 전주고등학교 이한림 선수.
이번 청룡기 MVP에 오른 전주고등학교 이한림 선수.박장식
 
전주고 이한림 선수는 이번 대회 MVP에 올랐다. 타점왕, 홈런왕에 오르며 그야말로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인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 팬들에게 '제2의 박경완'으로서의 존재감을 크게 올렸다.

이한림은 "이마트배에서 아쉽게 우승을 못했는데, 청룡기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1학년 때부터 시합을 뛰었지만 이번에야 처음 결승에서 승리를 했다. 어떻게든 우승하고 싶어서 후배들에게도 이기자고 말했는데, 운이 좋았던 덕분에 우승까지 했다"고 말했다.

4회 쐐기를 박은 홈런포에 대해 이한림 선수는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홈런이 한 개도 없었다. 그러다 이번 대회에 운 좋게 홈런을 쳤다"며 "방망이가 사실 안 맞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편하게 치라고 하셔서 가볍게 친 것이 넘어가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특히 경기 중간과 끝 경기를 지켜줬던 정우주 선수에 대해서는 "잘 막아줘서 너무 고마웠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KBO의 레전드인 '선배' 박경완 선수에 대해서는 "아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지만, 닮고 싶은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청룡기를 우승한 김에 8월 열리는 대통령배도 우승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제 청소년 대표팀... 대한민국이 우승하도록 뛰겠습니다"
 
 이번 청룡기 우승으로 드디어 웃은 전주고 정우주 선수.
이번 청룡기 우승으로 드디어 웃은 전주고 정우주 선수.박장식
 
정우주 선수는 이번 대회 결승전을 포함한 4경기에 나서 14.2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단 하나의 자책점을 가져가는 활약을 펼쳐 우수투수상에 올랐다.

정우주는 "이번 대회 개인적인 목표가 전국대회 우승이었는데, 마지막 청룡기에서 이뤄 너무 기쁘다"며 "나 때문에 신세계·이마트배 때 졌던 기억이 있어서, 오늘은 눈물 대신 웃음으로 경기 마치고 싶었기에 결승전에서 더욱 좋은 피칭을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칭찬을 듣는 것도 한림이 덕분"이라며 "한림이가 내 능력을 더 끌어 올려 준 덕분이다. 한림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 만큼 던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내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리틀야구 때부터 친구로 지내 온 정현우(덕수고) 선수와 전체 1번 자리를 다투는 정우주. 그는 "끝까지 좋은 친구로 경쟁에 나서고 싶다"며 웃었다.

아울러 17일 발표된 U-18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정우주가 포함됐다. 그는 이호민과 함께 전주고등학교에서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됐다. 정우주는 "(이)호민이와는 우리 학교에서 '원투펀치'인 만큼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좋은 시너지를 내서 모든 경기 이기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 팀의 선수를 넘어 한 국가의 대표로 나가니만큼, 이번 대회 책임감 갖고 이번 U-18 아시아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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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청룡기 전주고등학교 이한림 정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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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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