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이번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하고 나섰다. 

박지성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 참여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신임 감독 선임에 대해 가감없이 말했다. 

박지성은 "첫 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이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축구 분야에 있지만 우리가 이것 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인으로서 슬픈 마음을 가지고 있고, 마음이 아픈 상태"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지성은 "가장 슬픈 것은 무엇 하나 답이 없다는 것이 슬프게 만드는 것 같다. 2002 월드컵으로 한국 축구는 상당히 변했고, 앞으로 변해 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이라고 말할 게 없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 든다"라며 "문제는 어디까지 이래야 하는 것인가, 명확하게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협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고,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새 감독 찾기에 나섰지만 5개월 동안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시 마시, 세뇰 귀네슈, 에르베 르나르, 헤수스 카사스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선임 작업이 지연된 것이다.

지난 3월과 6월 A매치에서는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러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정해성 전력강회위원장이 사퇴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을 한국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후폭풍이 매우 거셌다. 절차와 프로세스가 생략된 감독 선임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이름이 거론될때마다 거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며칠전까지도 울산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던 홍명보 감독은 갑자기 마음을 바꿔 대표팀 사령탑 직책을 수락했고, 이에 울산팬들을 포함한 한국 축구팬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전 축구선수 박지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서 미래세대 토크를 하고 있다.

전 축구선수 박지성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서 미래세대 토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지성 "축구협회에 대한 신뢰 떨어져"

이러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박지성은 "이미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는 떨어졌다.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절차대로 밟아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이 무너졌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사실을 말해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라도 사실에 입각해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투명한 것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이뤄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쌓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박주호 전 전력강회위원은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점들을 비판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비밀유지협약 위반으로 박주호의 법적 조치를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더욱 사태가 커졌다. 

이와 관련해 박지성은 "회의 기간 내내 상당히 많은 무력감을 느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은 그 자리에 누가 있든 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무력감이 아쉽다고 생각한다"라며 "좋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도 행정 절차와 올바른 시스템이 있지 않으면 좋은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 인재들을 재물로 써야 하는 것이 안타까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박지성은 현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선수들이 얼만큼 당황하고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 5개월이라는 선임 작업 동안 국내파 감독이 된다는 상황이 나올 때마다 안좋은 여론이나 평가가 나왔기 때문에, 분명 그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 속에서 국내파 감독이 선임됐다는건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지 않을까"라며 "그러나 선수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하지만 문제의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협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새롭게 출범하는 홍명보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 대해 "프로 스포츠에서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너무나 많았다는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너무 커서 결과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결국 감독 선임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님의 결정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사리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남아 있다"고 소신있게 발언했다.

박지서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퇴와 관련해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장을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 등은 외부의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결국 회장님이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회장님이 그만둬야 했을 때 다른 대안은 있는가에 대해 고민은 해봐야 한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어떻게 심어줄지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 것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성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 시기에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 축구인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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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홍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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