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포리아> 스틸컷
HBO max
성적 지향성이나 정체성은 곧 어떠한 형태의 사랑과 직결되기 때문에, '로맨스'를 플롯의 중심에 둘 수 있는 하이틴 작품에서 소재로 차용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하트스토퍼>와 HBO의 <유포리아> 모두 고등학생들의 일상과 연애를 다루고, <섹스 라이브즈 오브 칼리지 걸스>는 대학 신입생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미디어 속에서의 '퀴어성'은 젊음과 사랑이라는 개념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 Am I OK? >는 이러한 경향성을 인지하여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에 늦었을 때란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 줌과 동시에, 퀴어 영화가 제시해야 할 담론의 확장을 시도한다.
중요한 건, 삶의 주체성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깨달은 루시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그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인에게 떠밀려 연애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레즈비언 클럽에 출입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직장 동료 '브리타니'와 데이트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삶에 있어 큰 변화를 바라지 않던 루시는 제인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담스러워하고, 결국 이 문제로 인해 제인과 절교 직전에 다다르기까지 한다.
본작의 주 여정은 루시가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저변을 늘리는 과정에서 소원해진 제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다. 루시는 브리타니와 잘되나 싶었지만 브리타니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와 재결합하면서 관계를 흐지부지 끝맺고, 스스로 데이팅 앱을 깔아 여러 사람을 만나 보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제인의 등쌀에 이기지 못해 시작된 루시의 새로운 삶은 루시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향한다. 브리타니와의 어색하고 짧은 연애는 루시가 그동안 일하던 스파숍을 떠나 다시 예술가의 삶을 모색하기로 결심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한편, 제인은 자신이 급한 마음에 루시를 너무 재촉했음을 깨닫게 되고, 둘은 영화의 초반부에서 만남의 장소로 사용했던 식당에서 재회한다. 맨날 관성적으로 같은 메뉴를 시키던 루시는 이제 새로운 음식을 과감히 시키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고, 훨씬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영화는 마침내 런던으로 떠나게 된 제인이 슬퍼하자 자신도 런던으로 따라가겠다고 선언하는 루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